[알기 쉬운 생활법률] 가정폭력에 대처하는 방법

'형사'보단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
피해자 신변보호·재발방지에 도움


Q 부부인 A씨와 B씨는 10년 이상을 함께 살아왔다. 남편 B씨는 결혼 초기에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하지만 직장을 잃은 이후부터 술에 의지하기 시작해 낮에도 취해 있는 날이 많았다. 또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부인 A씨가 잔소리라도 하면 행패를 부리고 욕설과 폭력을 일삼았다. 이러한 이유로 집으로 경찰이 출동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A씨는 남편의 폭력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남편이 불쌍하다고 여겨 아직까지는 이혼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적절한 방법을 찾고 있다. 남편의 폭력에 어떻게 대응하면 될까.

A 가정폭력은 그 피해가 매우 크고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이를 집안 문제로 취급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또 상당수 피해자는 처음에는 폭력을 견디다 못해 신고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다. 그렇게 되면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결국 폭력과 신고 등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된다.

위 사례에서 A씨는 남편의 가정폭력이 행해졌을 때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폭력이 잘못된 행위라는 점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형사 처벌은 가정폭력의 재발을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폭력이 비교적 경미해 벌금형 정도가 부과되는 사안이라면 오히려 B씨의 폭력성향을 더 자극할 수 있는데다 벌금을 A씨가 대신 납부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뒤따를 수도 있다.

따라서 A씨는 경찰에 신고한 뒤 사건을 형사절차로 처리하기보다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해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면 수사기관에서는 사건을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게 되고 가해자인 B씨는 형사재판이 아니라 가정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가정보호사건의 처분은 보호관찰과 수강명령, 사회봉사, 접근금지 등 가해자에 대한 교육과 재발방지를 위한 목적에 집중된다. 동시에 가정폭력 피해자는 상담소 등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경찰이 수사나 신변보호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가정법원에 직접 보호처분을 구할 수도 있다. 이를 '피해자보호명령제도'라고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법적인 대응방법이 잘 이해되지 않거나 법적 대응이 망설여진다면 가정폭력 상담기관에 문의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가정폭력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피해자의 적극적인 대응만이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이현곤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hyungonx@hanmail.net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