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수입 불안을 부추기는 복병으로 환율이 부각되고 있다. 원화가 앞으로 강세를 타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일부 금융기관들의 전망이 나오는데 환율하락시 정부 재정수입도 동반 추락하는 탓이다.
기획재정부 내부 분석자료를 보면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조세수입(세수)은 1,400억원 하락한다. 이는 환율하락시 수출입 물량이 변동해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의 세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정부 세외수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의 당기순이익 규모가 줄어들 소지가 있는 탓이다. 한은은 외화자산을 운용해 이자수입 등을 얻기도 하는데 환율이 떨어지면 당연히 외화자산의 이자수입도 줄어들게 된다.
물론 환율이 하락하면 정부가 재외공관 등에 달러 등으로 잡은 외화지출 부담도 축소되므로 정부 지출(세출)도 10원당 417억원 줄어든다. 그러나 이보다 세수감소폭이 더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환율이 10원씩 떨어질 때마다 재정수지는 983억원씩 악화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기준환율을 얼마로 잡았을까. 달러당 1,120원이다. 반면 금융권 일각에선 내년도 환율이 이를 밑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칼럼 핸더슨 외환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 한 세미나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올해 말 1,065원 수준까지 하락하고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반대의 예측도 있다. 삼성증권은 내년 말 기준 원ㆍ달러 환율이 1,175원에 이르리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국가 재정수입에서 환율변수는 복불복과 같은 성격을 띤다.
지난해 말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짤 때만 해도 기준환율 1,130원을 전제로 삼았다. 반면 올 들어 환율은 롤러코스터를 탔고 최근에는 1,074원선까지 하락했다. 연말까지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으나 당분간은 원화가 강세를 띨 가능성이 있다고 금융권은 내다봤다.
물론 정부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 재정당국이 함부로 환율전망을 내놓으면 그것이 오히려 투기자본 등 외환시장을 자극해 환율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매년 예산안 편성시점부터 직전 일정기간(통상 직전 3개월간)의 환율을 평균치로 잡아 이듬해 예산안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럼에도 재정사정은 빠듯해지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히 큰데 정부가 과거 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매년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보완책 마련 주문이 나오고 있어 정부도 대안마련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