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월 8일] 뒷걸음질 서비스산업 보고만 있을건가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의 문제점과 경쟁력 현황' 보고서는 제조업에 비해 국내 서비스 부문이 얼마나 낙후돼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서비스업 수출액은 560억달러에 그쳐 세계 19위에 머물렀다. 반면 제조업 수출은 9위를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7위로 올라섰다. 지난 2000년에는 두 부문이 모두 세계 12위권에 들었으나 제조업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데 비해 서비스업은 뒷걸음질치며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심각한 격차 등 불균형은 그 자체가 성장의 걸림돌이지만 특히 서비스업의 낙후는 국제수지 악화, 고용부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서비스업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 부문의 적자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 지난해의 경우 적자폭이 170억달러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서비스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과제인 일자리 창출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 투입시 생기는 일자리)는 18.1명으로 제조업의 9.2명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전기전자ㆍ자동차ㆍ조선 등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을 많이 하고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해도 고용사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는 서비스 산업 부진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ㆍ의료ㆍ교육ㆍ법률 등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도 오래 전부터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금융ㆍ세제지원 등의 활성화 대책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비스 산업 경쟁력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것은 대책이 겉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핵심적인 사안이 해결되지 않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 문제다. 외국인 환자 유치 확대와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기획재정부와 서민의료 서비스 질 저하 등의 부작용 등을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뒷걸음치는 서비스 산업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기회복의 온기가 서민들에게까지 퍼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서비스 부문 활성화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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