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43% 핫머니/작은 충격에도 “출렁”/“미 경제성장 견조”/안정권진입 낙관도【뉴욕=김인영 특파원】 뉴욕증시가 지난달 27일 이른바 「피의 월요일」을 겪은 지 하루만에 반등, 안정세를 되찾은 듯 했으나 여전히 불안요인을 안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 의장이 증시에 고무적인 발언을 했지만 30일 홍콩과 중남미증시에 대한 불안감으로 다우존스공업지수가 1백25포인트(1.7%)나 하락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31일에는 60.41포인트 상승했다.
세계 최대 자금시장인 뉴욕증시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은 일단 안팎에서 찾을 수 있다.
내부적인 문제로 이달들어 지속적인 주가 하락에도 불구, 여전히 증시 거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블루칩 30종목의 주가수익률(PER)은 현재 20으로 10년전보다 2배 이상 부풀어 있다. 10년전 블랙먼데이 때보다 거품이 많다는 얘기다.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다우지수의 적정선을 7천대로 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5백포인트 정도는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주식시장에 거래되고 있는 물량의 43%가 투기성 단기자금으로 자그마한 충격이 가해져도 증시를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헤지펀드나 뮤추얼펀드가 미국 시장에서도 저개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치고 빠지는 수법을 쓸 가능성이 크다.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홍콩 자금시장의 진폭이 커질 우려가 있고 미국 경제의 안방으로 간주되는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2주동안 뉴욕증시는 외부 충격에 약해져 있기 때문에 아시아와 남미 금융시장에서 태풍 또는 허리케인이 형성될 경우 또 다시 흔들릴 소지가 크다.
그러나 뉴욕의 증시 투자자들은 낙관론에 빠져 있다. 지난달 2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하루 거래량이 종전최고기록의 두배에 가까운 12억주를 기록한 이래 연3일째 종전 기록을 초과한 물량이 거래되고 있다. 증권회사의 전화는 하루종일 통화중이고 소액투자자들은 전화조차 하기 힘들다. 인터넷 거래자들은 단말기를 접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자 주문이 몰리고 있다. 곧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이 객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증시가 안정될 것으로 믿는 또 다른 견해는 미국 경제의 건실한 성장을 꼽는다. 올들어 실업률은 경제학자들이 완전고용상태로 평가하는 5% 이하(4.8%)로 떨어졌고 3∼4%의 높은 성장률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통계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는 당분간 없다. 동남아 통화 폭락으로 오히려 값싼 아시아 제품이 들어오므로 물가 상승요인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다우지수가 8천대를 넘어섰을 때 월가에서는 「열반의 경제」, 「열반의 증시」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그린스펀 의장이 증시가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그후 다우지수는 1천5백포인트나 뛰었다. 성급한 투자자들은 내년초에 1만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피의 월요일 이후 그 환상은 깨졌다.
뉴욕증시는 지난 1월 일본증시가 10% 이상 폭락했을 때도 끄떡없었고 독일경제가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해도 전혀 동요치 않았다. 그렇게 견고했던 뉴욕증시는 아시아의 태풍, 홍콩 독감으로 표현되고 있는 외부의 충격에 휘말리면서 더 이상 방파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외부 충격을 확산시켜주는 역기능을 했다.
뉴욕증시도 미국경제의 세계화가 확대되면서 바람 잘날 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