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동양그룹의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오리온그룹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 투자자와 주요 주주로부터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며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동양그룹 지원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임원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의 둘째 딸이며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의 동생이다. 오리온은 지난 2001년 동양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후 지난해 지분 관계까지 모두 정리했지만 형제 그룹으로서 기본 교류는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동양그룹은 그 동안 동양시멘트 등 5개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 1조 1,000억원이 내달부터 차례로 만기가 도래하며 이를 막지 못하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었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동양그룹은 친족기업인 오리온그룹이 ‘소방수’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해왔다.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 양측은 지난 추석연휴 기간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오리온 측이 최악의 경우 그룹 경영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