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업 통상교섭력

농ㆍ수산업에 대한 우리의 해외 통상교섭능력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이후 농ㆍ수산업에 대한 통상협상이 어느 것 하나 성공한 것이 없다. 중국과 마늘협상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연장을 포기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세이프가드 연장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통상마찰이 우려된다고 연장을 포기했다. 아직도 국회의 동의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난 10월 양국간 타결된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정부의 조치도 결국 국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농업과 농민을 희생시킨 것이었다. 99년 1월 맺은 한ㆍ일 어업협정도 마찬가지다. 협정 당시 99년부터 2001년도까지 어업생산 감소액은 최대 2,157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어업생산 감소액과 관련산업 손실액을 감안할 경우 협정에 따른 피해규모는 5,368억원에 달한다. 한중 어업협정에 따른 손실규모 2,668억원을 합치면 어업협정으로 8,036억원의 손실을 봤다. 올해까지 포함하면 어업협정으로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협상은 또 하나의 전쟁이다.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을 이끌 수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협정 4년이 다 되도록 우리측 통계만 갖고 있을 뿐 상대국의 어획량ㆍ손실액이나 이득액에 대한 정보는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협상 당시에도 상대국이 우리 해역에서 얼마나 어획량을 높일 것인지에 대해 추정조차 하지 않더니 여전히 안일한 자세가 변하지 않고 있다. 이와 유사한 일들이 수입수산물에 대한 관세운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조정관세는 관세법 제69조 규정에 따라 수입급증에 따른 국내산업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1년 단위로 한시적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그런데 조정관세 품목이 지난해는 14개였으나 올해는 12개로 오히려 축소됐다. 우리 어업 지키기를 포기한 상태다. 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해서 권리를 포기하는 형국이다. 정부의 이런 자세가 외국산 농수산물이 이 땅에서 판을 치게 만들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농어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현 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한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통상교섭능력을 높인다고 모든 통상교섭기능을 외교통상부로 일원화했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았다. 주무 부처의 뜻과 배치되는 통상협정을 체결하는가 하면 심지어 협상 과정에서 담당자가 바뀌는 등 통상교섭능력이 이전 정부보다 크게 후퇴했다. 농업기반이 흔들리고 어민들이 고기잡이를 포기하는 배경에는 이 같은 정부의 통상교섭능력 부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통상압력은 거셀 것이다. 부처별 분야별로 전문성을 강화해서 국익을 확보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선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농ㆍ어업분야는 물론 국내 모든 산업이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권기술<국회의원 한나라당>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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