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외화 시리즈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가 요즘 인기인‘미드’(미국 드라마)의 ‘원조’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드라마가 시작되는 시간이 되면 TV앞에 모여 앉아 포효하는 ‘헐크’의 모습에 묘한 쾌감을 느끼곤 했다. 겉보기엔 혐오스럽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고 악당을 물리치는 정의로운 행동에 통쾌감을 느꼈으니 말이다. 드라마가 끝날 때면 어김 없이 정처 없는 도망자의 길을 떠나는 뒷모습에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강인한 외모에도 결국 약자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헐크.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그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미국 출판사 마블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헐크’는 그 동안 TV 드라마, 영화 등으로 꾸준히 제작돼 왔다. 몇 해 전 리안 감독이 연출한 ‘헐크’는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외면 당했지만 이번에는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에드워드 노튼이 주연을 맡으며 기대를 모은다.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 브루스 배너(에드워드 노튼) 박사는 감마선 실험에 노출된 뒤 통제할 수 없는 분노 상태가 되면 헐크로 변하게 된다. 치료제 개발에 매달리지만 폭발적인 파괴력을 가진 그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미국 정부의 추격을 받고 도주한다. 체포 작전에 실패한 정부는 헐크 보다 더 파괴적인 괴물 ‘어보미네이션’을 만들어 헐크를 뒤쫓는데…. 제작사는 ‘인크레더블 헐크’의 주인공에 일찌감치 노튼을 캐스팅하며 선과 악의 이중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최적의 배우라고 평했다. 국내외 시사회 이후 노튼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을 정도. 내면의 통제할 수 없는 분노로 괴로워하고 갈등 하는 노튼의 감성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게다가 마블 코믹스의 또 다른 영웅인 ‘아이언 맨’의 토니 스타크가 영화 마지막 장면에 출연해 후속편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헐크가 등장하는 씬들은 지나친 컴퓨터그래픽(CG)으로 인해 애니메이션 만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