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작품, 한국적 색채로 그려내다

극단 여행자 '한여름 밤의 꿈'
사물놀이에 도깨비 등장… 한국의 흥을 담아 재창조… 英 글로브극장서 공연도
동인 연극제 '햄릿 업데이트'
풍경 등 6개 극단 참여… '햄릿'을 모티브로 삼아 한국 사회의 단면 투영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가 세상을 떠난 지 수 백 년이 지났지만 그의 작품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과 사랑, 갈등과 화해 등을 다룬 '보편성' 덕분에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아왔다.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잊게 해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각색해 흥겨운 사물놀이 소리가 울려퍼지고 현대인이 겪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 햄릿의 눈으로 투영돼 극을 통해 펼쳐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은 9월 중국, 내년 4월에는 영국 무대에 선보인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에 한국적 색채를 가미한 독특한 스타일로 재창조한 작품으로 해외 투어에 앞서 오는 2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질투에 휩싸인 숲 속 요정들의 이야기와 사랑 관계로 뒤엉킨 네 젊은이들의 한바탕 소동이 한국 고유의 흥과 신명, 동양적 색채의 음악과 버무려져 새롭게 태어났다. 원작에 등장하는 요정들은 한국 도깨비 '돗', '가비', '두두리'로 바뀌고 사랑에 엇갈리는 남녀의 이름은 '항', '벽', '루', '익' 등 우리 별자리 이름에서 따왔다. 대청마루와 한지로 꾸민 무대, 삼베와 오방색 천을 사용한 의상에 꽹과리ㆍ장구ㆍ북ㆍ징의 흥겨운 장단, 한국 고유의 춤사위가 가미된 움직임 등은 서양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작품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오는 9월 한ㆍ중ㆍ일 3국의 연극 축제인 베세토연극제에 초청받아 중국 백화극장에 오르며 내년 4월에는 런던올림픽을 기념해 런던 글로브극장(Globe Theatre)이 마련한 36개국 셰익스피어 작품 공연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1599년 설립된 글로브 극장은 셰익스피어가 속한 극단 '로드 챔벌린스멘'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셰익스피어의 명작들을 낳은 유서 깊은 극장으로 한국의 극단이 작품을 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로를 대표하는 6개 극단은 '햄릿'을 모티브로 한 단편 연극들을 한 무대에 무더기로 쏟아낸다. '제2회 정보연극제'가 오는 17일부터 5주 동안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마련하는 '햄릿 업데이트'라는 이름의 동인 연극제가 그 무대다. 참여 극단은 골목길, 백수광부, 여행자, 작은 신화, 청우, 풍경 등이며 각 극단이 햄릿을 모티브로 한 30분 분량의 작품을 제작, 세 작품씩 묶어 무대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극단 백수광부는 김명화ㆍ최치언 작가에게 대본을 맡겨 '햄릿-죽음을 명상하다'와 '누가 햄릿을 두려워하랴' 등 2개 작품을 준비한다. 극단 여행자는 '영매 프로젝트 2-햄릿'을 선보이고 극단 골목길은 창작 국악단체 시나위의 연주를 곁들인 모놀로그 '햄릿의 독백(가제)'을, 극단 풍경은 한국 사회의 청춘을 대변하는 햄릿을 클로디어스의 관점에서 그린 작품을 준비 중이다. 이성열 극단 백수광부 대표는 "원작 그대로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을 담은 만큼 햄릿의 눈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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