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굴레 벗고 재기"… 1만2,000여명 몰려

■ 행복기금 가접수 첫날부터 북적
하루종일 번호표 뽑고 대기
국민은행·농협 창구는 한산

신제윤(오른쪽) 금융위원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치한 국민행복기금 접수창구에서 이곳을 찾은 한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호재기자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 가접수가 시작된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캠코 본사 3층에 마련된 국민행복기금 전담 접수창구 40곳은 하루 종일 신청자들로 붐볐다.

상담창구가 문을 여는 오전9시가 되기도 전에 수십 명의 신청자가 캠코 본사에 미리 도착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만 서울 본사를 찾은 행복기금 신청자 숫자는 230여명에 달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명예퇴직 이후 생활고를 겪으며 금융권에 5,000만원가량의 빚을 진 황영진(58ㆍ가명)씨는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 빚을 상환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채무를 50% 정도 감면 받는다면 나머지는 열심히 갚아 재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신용회복위원회 본점에도 오전부터 신청자들이 몰려들었다. 신복위는 11개 창구에 평소보다 많은 인원을 배치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신청자 숫자가 20명이 넘을 정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신복위의 한 관계자는 "평소보다 상담창구를 찾는 채무조정 신청자가 두 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캠코는 가접수 첫날에만 1만명이 국민행복기금을 접수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후3시 현재 캠코가 집계한 행복기금 신청건수는 인터넷을 포함해 모두 7,983건으로 조사됐다. 특히 캠코 관계자들은 2004년도 카드채 대란시 채무감면 프로그램인 한마음금융접수 현황과 비교하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당시 한마음금융의 경우 접수 첫날 2,101명이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캠코의 한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밝혔다.

북새통을 이뤘던 캠코와 신복위의 지점과 달리 행복기금 접수 대행을 맡은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창구는 한산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이날 오후3시 현재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에 접수된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신청 건수는 각각 500여개로 집계됐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의 영업점 관계자들은 "하루 종일 (국민행복기금과 관련한) 문의 전화조차 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곳이 대다수였다. 이와 관련해 캠코 측은 "신청자의 3분의2가량이 온라인(인터넷) 접수에 몰려 접수대행 은행에서 신청 건수는 저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후3시 행복기금을 신청한 7,983건 중 5,120건은 온라인을 통해 접수됐다. 이와 함께 지역 사회 특유의 '평판 리스크' 때문에 국민행복기금 신청자들이 접수대행 은행을 찾는 것을 꺼린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캠코에서 열린 가접수 현황 점검에서 "국민행복기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채무의 늪에서 시달리는 분들이 행복기금으로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신용회복과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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