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에는 인천 국제공항공사(옛 신공항건설공단)의 조달절차를 문제삼아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른 양자협의를 요구해 왔다. 미국의 무차별적인 통상공세의 전주(前奏)로 보여져 협상결과에 따라 자칫 대미(對美)수출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본보 19일자 1면 보도미국이 협의를 요구해온 신공항 문제는 지난해 5월 실시한 500억원 규모의 엘리베이터 공사입찰이다. 당시 신공항건설공단은 공사입찰에서 외국기업을 배제했는데 미국은 이에대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신공항건설공단이 정부출자기관인만큼 WTO 정부조달협정의 적용대상 기관이라는 주장과 함께 모든 공사발주의 공개를 요구해 온 것이다. 반면 신공항건설공단은 정부지원금이 전체 자본금의 40%에 불과, 정부조달협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맞섰다. WTO 분쟁해결기구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제소로 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통상공세는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미국업계는 한국이 의약품과 상표권·소프트웨어·영화·음반 등 각종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지적, WTO 제소및 슈퍼 301조의 우선협상국 지정 등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로 지난해만도 총 3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도 선박건조와 교량건설에 사용되는 한국산 후판(厚板)제품이 생산원가 이하로 수출되고 있다며 반덤핑및 상계관세를 제기해 놓고 있는 참이다.
미국정부와 업계가 한통속이 돼 한국에 대해 일제공격에 나서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여느면 강자(强者)의 논리도 한 배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올 무역수지 흑자를 250억달러로 책정, 이의 달성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수출환경은 갈수록 악화, 벌써부터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일본의 엔화마저 급락, 수출전선은 초(超) 비상상태다. 여기에 미국의 통상공세는 우리를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
대화와 타협만이 활로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대응할 차례지만 관련업계나 수출업계도 미국에 자극을 주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미국도 한국이 동북아 안보의 보루라는 점을 인식, 우리가 처해 있는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힘을 무기삼아 일방적으로 몰아 붙여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