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日은행의 대형화바람

지난해 5개 지방은행을 퇴출시키면서 경찰까지 동원하는 곤욕을 치러야 했던 우리 금융풍토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초대형화를 위한 은행간 통합·합병이 시대적 추세라는 관점에서 일본은행들의 빅뱅은 우리에게는 여러가지로 교훈이다.스미토모(住友)와 사쿠라(櫻)은행은 일본 도시은행 3위와 5위의 대형은행이다. 이 두 은행이 오는 2002년 4월까지 합병키로 해 일본열도가 떠들썩하다. 이는 일본에서 최근 2개월 사이에 세번째로 터져 나온 초대형 합병 소식이어서 한층 그렇다. 지난 8월 다이이치간교(第一勸業)와 후지(富士), 니혼고쿄(日本興業) 등 3개 은행이 통합을 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이달 초에는 아사히(朝日)와 도카이(東海)은행이 통합을 이루겠다고 발표한 뒤끝이다. 특히 다이이치간교·후지·니혼고쿄 등 3개 은행의 통합은 전 세계의 금융계를 놀라게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들 3개 은행은 일본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은행들이다. 3개 은행의 통합에 따라 총자산 141조엔(미화 1조3,000억달러)규모의 세계최대 메가뱅크(자산기준)가 탄생하게 됐으니 그럴만도 했다. 세계의 금융기관 재편 흐름에 엄청난 쇼크를 준 것이다. 스미토모와 사쿠라은행도 통합되면 자산규모가 99조엔(미화 9,350억달러)으로 세계 제2위의 메가뱅크로 부상하게 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세계 10대 은행은 일본이 1·2·7위 등 3개나 차지, 세계의 금융흐름을 좌지우지할 판이다. 이번 스미토모와 사쿠라 은행의 통합은 또 다른 관점에서 주의의 대상이다. 스미토모 은행은 스미토모 그룹, 사쿠라 은행은 미쓰이 그룹이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집단의 핵심 은행으로서 앞으로 신탁이나 생명, 손해보험 등 그룹내의 다른 금융기관들끼리의 연쇄적 통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은행간 통합·합병은 또 금융기관간 사업분야 장벽 허물기로 이어지고 있어 산업계 전체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정부의 주도로 은행간 통·폐합이 단행돼 그나마 겨우 은행으로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내 제1위인 한빛은행 규모가 100조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또 한번의 통합이 필요하다. 일본의 금융빅뱅은 우리금융계가 가야할 길을 제시해 준다. 시기도 늦으면 곤란하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