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 때 우산 뺏지 말라" 김석동 작심하고 쓴소리

■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
임원급 최고책임자 지정 등 금융소비자 보호 조직 강화
가산금리 비교공시제 도입

김석동(왼쪽 다섯번째) 금융위원장과 권혁세(오른쪽 세번째)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지주 회장들과 회동을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6개 금융지주회사 수장들과 만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회동 시작부터 작심한 듯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금융권이 막대한 공적자금으로 회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최근 금리결정체계와 운영의 합리성ㆍ투명성과 관련한 문제가 제기돼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거나 금융자율화라는 절대가치가 흔들릴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최근 경제ㆍ금융시장을 둘러싼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져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융권이 '어려울 때 우산 뺏는다'는 비판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 금융회사들이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세금으로 조성된 막대한 공적자금으로 회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유념해 국민경제를 위한 확고한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회의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가계부채, 금융시장 건전성, 실물경제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양도성예금증서 (CD) 금리 및 가산금리 문제 등 금융권 현안이 다양하게 논의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각 지주사별로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최고책임자를 지정하는 등 금융소비자 조직을 강화하기로 한 것.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가 금융감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정은보 금융위 사무처장은 "소비자 보호 조직의 규모는 지주사별로 달라질 수 있다"며 "다만 최고책임자는 임원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탈금리'라는 지적을 받아온 은행 가산금리에 대해서는 비교공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 사무처장은 "지난 1990년 시행된 금리자유화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산금리의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또 유럽발 금융위기 확산에 대비, 올해 말까지 부실채권을 정리해 연체율을 낮추고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위기대응 여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또 외화유동성 확보 등 외국자본 유출에도 대비하기로 했다.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서는 설비투자펀드, 조선사 제작금융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일시적 유동성을 겪거나 워크아웃 중인 기업에 대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차주의 채무상환 기간을 재조정하거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시행방안을 지주사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주사 회장들은 대출서류 조작 등 소비자 피해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출서류 관리, 내부통제절차 개선 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최근 매트릭스(그룹 사업 부문) 도입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이팔성 회장은 매트릭스 도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세계 금융회사들은 모두 매트릭스 체계를 갖추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삼성∙현대 같은 곳은 매트릭스 체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트릭스를 갖추면 은행 부실을 없앨 수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발전하려면 매트릭스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사업부문제를 도입하더라도 각 부문의 예산권과 인사권은 해당 자회사가 가지고 있다"면서 "매트릭스 도입에 대해 자꾸 간섭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트릭스를 전혀 모르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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