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권력지형 미묘한 변화 조짐

李대통령, 박희태에 힘…직할체제 강화
'추경파동'에 홍준표 원내대표 영향 축소
親李 소계파 분화속 親朴도 결속력 과시

한나라당의 박희태(오른쪽) 대표와 홍준표(왼쪽) 원내대표, 안경률 사무총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얘기를 나누고 있다. /최종욱기자

박희태 당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를 투톱으로 한 한나라당 내 권력지형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원외인사로서 그동안 당무에 주력하며 원내 문제에 말을 아껴온 박 대표가 최근 부쩍 국회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명실상부한 원내사령탑 역할을 해온 홍 원내대표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파동을 계기로 요즘 발언에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당내 권력의 중심축이 박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투톱'에서 박 대표 '원톱'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최고위원회의가 원내 사안의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층 힘을 받고 있는 반면 홍 원내대표가 이끄는 의원총회의 기능은 약화돼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인 개혁입법 드라이브를 앞두고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박 대표와의 정례회동에서 "당 대표가 원내외를 아우르는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관리형 대표인 박 대표에게 권력의 추가 기울면 결국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커서 직할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대통령, 직할체제 강화 가능성=박 대표가 당 장악력을 끌어올리며 홍 원내대표와의 관계도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23일 의원총회에서 "(추경 처리로) 결자해지를 했으니 원내를 계속 이끌어갔으면 싶다"며 홍 원내대표를 재신임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박 대표가 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원톱식 당 운영체계 구축에 나서고 청와대가 뒤에서 도울 것이라는 점이다. 청와대가 최근 박 대표 취임 이후 3개월에 두 차례에 그쳤던 정례회동을 2주에 한번씩 하기로 결정해 박 대표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친이그룹 소계파 간 분화 가속화=홍 원내대표 퇴진론에서 주목할 점은 친이명박계 내부의 권력경쟁 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큰 흐름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중심의 '친이 직계', 이재오계와 정두언 의원 등 친이 소장파 연합인 '친이 강경파'의 힘겨루기다. 두 그룹은 지난 총선 당시 '이상득 용퇴론', 권력 사유화 논란, 당 체제정비 등을 놓고 충돌한 데 이어 이번에 '홍준표 퇴진론'을 계기로 다시 부딪쳤다. 소(小)계파 간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등 독자 세력화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홍 원내대표의 유임을 암묵적으로 지지했던 이상득 의원 등 당 원로들과 친이 직계들은 자신들의 당내 입지를 강화하게 됐다. 반면 홍 원내대표의 퇴진론을 앞장섰던 친이재오계 의원들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이상득 의원의 사퇴를 주장했다 실패한 데 이어 두 번째 패배로 당분간 조직적으로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전 대표 또 다른 권력축 과시=홍 원내대표의 퇴진론 과정에서 친박근혜계는 단단한 내부 단결력과 입지를 또 한번 확인했다. 홍 원내대표 구하기의 한 축으로 나서 커다란 힘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60여명에 달하는 친박계 의원들의 결속력이 대단했다는 게 당 내부 분석이다. 친박계 한 핵심의원은 "한나라당 내 확고한 지분을 가진 세력임을 재확인했다"면서 "이는 박 전 대표가 가장 유력한 차기 잠룡임을 당내에서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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