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철강·의류·컴퓨터업계 가격인하 러시

◎물가안정→임금인상 억제 유도/경쟁력 강화 분위기 조성/전경련 차원 공동 추진… ‘동참선언’ 잇따를 듯/값 인하분은 물류합리화·생산성 향상으로 보완21일 상오 삼성전자는 컬러TV, 냉장고, 세탁기 등 5대 가전제품의 38개 모델가격을 최고 15% 인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경쟁업체인 LG전자와 대우전자도 즉시 『우리도 내린다』며 이날 하오 LG는 삼성과 같은 5대제품에서 3∼15.4%를 낮추었다. 맨 마지막에 인하계획을 확정한 대우는 5대제품에 청소기, 가스레인지, 가스오븐레인지를 합친 8개제품 39개 모델에서 3%에서 20%의 가격인하 방침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가전3사는 라이벌다운 치열한 경쟁을 다시 한번 연출했다. 그런데 이번 인하경쟁은 과거의 그것처럼 단순한 경쟁의 소산만은 아니다. 전경련은 범재계차원에서 경쟁력 10% 향상의 구체적 방안으로 「자사제품 가격의 인상억제 및 인하」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마련, 기업들의 동참을 유도키로 한 것. 전경련은 최근 30대그룹을 대상으로 경쟁력제고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조사했다. 여기서 재계는 가격인하 및 가격인상 억제에 적극 동참, 물가를 안정시키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임금안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에 의견을 같이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단순히 몇몇 업체에서 경쟁차원에서 추진될 사안은 아니다. 이같은 분석은 이날 삼성, LG, 대우 등 가전업체들이 『정부의 국가경쟁력 10% 올리기 시책에 능동적으로 부응하여 소비자 물가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단행된 것』으로 가격인하 배경을 밝힌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재계는 전경련 차원의 공동추진계획에 따라 이번 가격인하 조치가 전자, 철강, 컴퓨터, 패션업체등 주요기업으로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보컴퓨터는 최근 주력모델에 대해 최대 30%의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이 회사는 멀티미디어 PC인 「드림시스II」의 「T 450」을 2백36만5천원에서 2백9만원, 「T 730」은 3백46만5천원에서 2백90만4천원, 보급형인 「드림시스사이버」는 1백71만6천원에서 1백19만9천원으로 낮춰 판매에 나섰다. 또 코오롱그룹은 국가경쟁력강화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호텔객실료의 가격을 평균 10% 낮춘데 이어 내년 봄부터 출하되는 의류, 신발등 신상품 부터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패션업계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LG패션, 에스에스패션, 신원 등 패션업계도 최근 통상산업부 관계자들과 모임을 갖고 올 추동복 가격을 인상시키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업계는 가격인하분은 물류합리화, 생산성향상 등을 통해 보완키로 했다. 포항제철은 지난 10일 열연코일 및 선재의 로컬가격을 톤당 10달러씩 인하, 지난 7월에 이어 또 다시 가격을 내렸다. 이에 따라 포철의 4·4분기 로컬가격은 열연코일의 경우 지난 2·4분기 대비 톤당 30달러가 내린 3백10달러, 선재는 톤당 29달러 내린 3백46달러가 됐다. 포철은 또 최근 가동에 들어간 미니밀에서 생산되는 열연코일에 대해서도 8%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기아자동차가 지난달 신형 아벨라를 출하하면서 사양을 고급화하면서도 주력모델인 아벨라델타와 해치백형 1천3백cc 5도어, 3도어의 가격을 20만원에서 36만원까지 낮추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이에따라 내년부터 본격출시될 신형 경쟁모델에서 가격인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박원배>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