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으로 관련주 주가가 급등하자 해당 종목의 최대주주와 오너 일가가 보유 지분을 잇달아 처분해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코스닥시장에서 테마가 형성될 때마다 반복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글벳의 최대주주인 강승조 회장, 부인 김영자씨, 아들 강태성 부사장 등이 지난달 28일 이-글벳 지분 49만주를 처분했다.
이-글벳은 동물의약품 업체로 최근 AI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실제 지난달 16일 5,000원 초반에 머물던 주가는 2주 만에 1만원을 돌파하면서 90%가량 상승했다. 주가가 급등하자 강 회장은 지난달 28일 16만주를 주당 9,537원에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날 부인 김씨도 15만7,008주를 주당 9,381원에, 아들 강 부사장 역시 7만3,000주를 주당 9,011원에 매각했다. 강 회장 일가가 내다 판 지분은 전체 상장주식의 4.98%에 달하는 물량으로 이번 지분매각대금은 36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강 회장 일가가 지분을 내다 판 순간부터 주가가 급락, 선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강 회장 일가가 지분을 매각하기 하루 전인 27일 이-글벳 주가는 AI 테마를 타고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지만 28일에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글벳 주가는 28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27일 주가보다 무려 35%나 하락했다.
또 다른 AI 테마주로 분류되는 동원수산도 주가 급등을 틈타 최대주주 일가가 보유주식을 처분했다. 지난달 28일 최대주주인 왕기철 동원수산 대표이사를 비롯해 친인척 5명이 총 26만5,200주(지분율 7.07%)를 장내 매도한 것. 왕 대표는 지난달 20일부터 사흘간 세 차례로 나눠 총 16만5,200주를 처분해 21억원을 현금화했다. 고(故) 왕윤국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경임씨도 지난 20일 2만주를 주당 1만3,650원에 장내 매도해 2억7,300만원을 벌었으며 딸인 왕기미 상무 역시 같은 날 2만주를 1만3,603원에 매도해 2억7,000만원을 챙겼다. 이외에도 최대주주 친인척 관계인 왕기은씨, 왕기숙씨, 왕기원씨 모두 20일에 주식을 장내 매도해 왕씨 일가가 챙긴 금액은 3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왕 명예회장 별세 이후 경영권 분쟁으로 얼굴을 붉혔던 사이였지만 AI 발병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사이좋게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한 것이다. 동원수산의 주가는 왕씨 일가가 지분을 내다 판 시점부터 약 20%가량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형주 오너 일가가 테마에 편승해 주가가 올랐을 때 지분을 파는 행태는 고질적으로 반복돼오며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끼쳐왔다.
한 증권사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대주주의 먹튀 행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일반 투자자에게 불신을 심어주면서 시장의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며 "한탕주의만을 노리고 테마주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의 성향도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