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원. 중산층이 가장 선호한다는 전용 84㎡ 아파트 가격이다. 매매가라고 해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이 시세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의 전셋값이다.
"대단지에 학군ㆍ교통, 생활수준 등 부자들이 좋아할 조건은 다 갖춘 아파트다 보니 부자들이 너도나도 몰리고 집값이 뛰는거죠."(서울 반포동 D공인 관계자)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난 4년 동안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서울의 부촌 지도가 변하고 있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에 힘입어 서초구의 고가 주택 수가 송파구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선 데 이어 '주거 1번지'로 불리는 강남구의 자리마저 넘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9억원(10일 현재) 초과 고가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강남구(4만2,278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5만2,414가구 대비해서 20%가량 가구 수가 줄었다.
고가 주택 증가가 두드러진 곳은 서초구다. 경기 침체에도 서초구는 이 기간 동안 9억원 초과 주택이 3만118가구에서 3만4,154가구로 오히려 13.4%나 늘면서 송파구를 제치고 고가 주택 수 2위로 올라섰다. 1위인 강남구와의 격차도 4년 전 1만7,768가구에서 8,214가구로 줄었다. 서초구 내 고가 주택 급증은 래미안퍼스티지ㆍ반포자이로 대표되는 대규모 저층 아파트 재건축의 힘이다. 두 단지의 입주는 주변 다른 재건축 추진단지 값까지 끌어올리는 동반 상승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반면 리센츠ㆍ트리지움ㆍ레이크팰리스ㆍ엘스ㆍ파크리오 등의 잠실지구 새 아파트로 대표되는 송파구는 집값 하락으로 고가 주택 수가 25%(8,777가구) 줄면서 서초구와 자리를 맞바꿨다.
한때 버블세븐으로 불렸던 양천구(목동), 경기도 용인시는 중대형 집값 급락으로 각각 4위에서 6위, 9위에서 12위로 순위가 밀려났다. 과천시 역시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 등의 악재로 10위에서 16위로 떨어졌다.
비수도권 중 유일하게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부산 해운대구는 1,690가구에서 1,839가구로 소폭 늘면서 15위에서 9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한편 전국의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수는 2009년 19만629가구에서 2013년 15만1,686가구로 4만여가구 가까이 줄었다. 특히 고가 주택의 88%가량이 몰려 있는 서울의 경우 2만7,429가구가 감소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 팀장은 "부촌 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큰 요인 중 하나는 강남권 재건축"이라며 "각 지역별 사업 성사 여부에 따라 앞으로도 지역별 순위 변동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