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글로벌 특송물류 4대 업체인 TNT 본사 전경. TNT는 동유럽, 인도, 아시아 등 유라시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M&A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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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류기업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독일계의 DHL과 네덜란드계의 TNT. 물류 허브 해법에 대한 취재를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서유럽을 찾은 기자는 이들을 바라보면 볼 수록 왜소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DHL은 샌프란시스코와 호놀룰루간에 선적서류를 항공편으로 배달하면서 설립된 후 글로벌 특송회사로 성장한 미국계 브랜드. 독일이 우정사업부문을 민영화하는 과정에 인수, 연매출(2005년 기준ㆍExcel 제외) 65조700억원(450억 유로)의 거대한 독일계 종합물류회사로 거듭났다.
도이치 포스트(Deutsch Post)는 1990년부터 민영화를 위해 독일 국내 물류시장을 정비한 후 1998년부터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나섰다. 미국계 국제특송회사 DHL, 인수 당시 세계 최고의 항공, 해운운송회사인 단자스(Danzas), 유럽내 최고 육로 운송기업인 유로 익스프레스(Euro Express)까지 사들여 2003년까지 DHL이란 브랜드로 성공적인 통합을 이끌어 냈다. 네덜란드의 DHL 유럽지사에 근무 중인 이용우 마케팅 담당 상무는 "지난해 말에는 세계 최대 3자물류 기업인 엑셀(Excel)까지 인수했다"며 "항공물류, 해운물류, 3자물류 등 전부문에서 세계 최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네덜란드 물류 글로벌 플레이어의 대표주자 TNT도 출발은 우정사업의 민영화다. 네덜란드 정부는 1799년에 출범한 우정부문 공기업 'PTT포스트'의 지분 30%를 1994년에 민간에 매각하고 우편과 통신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재편했다. 96년에는 호주에서 성장한 글로벌 물류기업 TNT를 사들여 글로벌 물류 플레이어로서의 닻을 본격적으로 올렸다. TNT는 결국 우정, 특송, 물류사업 부문을 아우르고, 우정, 특송, 물류부문에 연 총매출 14조7,000억원('05년 기준)을 올리는 글로벌 물류 회사로 성장했다. TNT 홍보담당 피에터 스카펠스(Pieter Schaffels) 이사는 "TNT를 인수한 후 그 브랜드를 그대로 쓰고 우체통의 색깔까지 TNT의 오랜지 색깔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에 의지해 생존해온 우리는 어떤가. 국내 수출 제조업체의 50%이상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한국 물류업체가 없어 외국계 글로벌 물류 업체들에게 맡기고 있다. 어찌 보면 거저먹을 수 있는 시장이지만 없다. 허브를 지향하는 국내 항공ㆍ항만ㆍ육상 물류 네트워크와의 연결 지원은 있을 수도 없다.
간판 회사인 삼성전자의 물류를 담당하는 계열사 삼성로지텍도 삼성전자 유럽 물류를 DHL에 100% 아웃소싱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류를 조금 키웠다고 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제조 대기업의 계열사다. 대기업 화주들이 비용절약을 위해 아웃소싱을 하기 보다는 친인척을 관리하고 비자금을 만들고 상속수단으로 삼기 위해 물류 자회사를 만든 게 현주소다. 지입제의 합법화나 계열 물류회사 설립에 지원해온 제도ㆍ환경적인 탓도 적지 않다.
반면 이웃에 있는 일본은 다르다. 최근 영국 혼다가 자동차의 유럽 배급물량을 NYK로지스틱에 넘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적인 일본 선사인 NYK의 계열사로 그 규모도 적지않다.
정부는 최근 글로벌 물류 플레이어를 키운다며 지원 대상 종합물류업 인증회사에 10개사를 선정했다. 그러나 모두 영세한 업체들로 외국계 대형 물류기업과 경쟁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이 없다.
DHL이나 TNT처럼 우정사업 부문 민영화를 통해 글로벌 물류 플레이어를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도 없다.
반면 이웃 일본은 내년 10월 정식으로 민영 '일본우정주식회사'를 출범시킨다. 자회사가 될 우편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총 226조9,910억엔으로 일본내 최대 금융기관이 될 것이라고 한다. TNT는 현재 일본 우정국과 함께 중국ㆍ아시아 지역 물류ㆍ특송시장을 선점할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스카펠스 TNT 이사는 "조인트 벤처 논의는 깨진 상태지만 다른 대안을 찾고 있고 일본 우정국과도 계속 얘기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이 급속히 글로벌화 추세를 감안할 때 글로벌 물류기업의 탄생이 시급하다. 우선 가까우면서도 부상하는 중국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동북아 물류 플레이어로 성장시켜야 한다. 네트워크의 신속한 확장, 노하우 확보를 위한 물류기업 M&A는 불가피 해보인다.
유럽 현장에서 기자는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글로벌 물류기업이란 = 물류 기업에는 크게 항공,해운,화물트럭 등 운송전문회사와 국제간에 화물수송을 알선 대행해주는 주선업체(Forwarding), 서류ㆍ시제품 등에 대한 운송을 책임지는 특송회사, 제조업체들의 화물을 수출지역으로 전담 수송하는 3자물류(3PLㆍLogistics) 등 다양하다. 90년대 후반들어 타국, 다른 경제권에도 물류창고는 물론 수송 네트워크를 직접 갖추고 어디든지 책임 수송해주는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출현했다. 이들은 특히 사업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특송, 3자물류, 주선업 등 모든 영역으로 확장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소수의 기업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IT보다 다이나믹하고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