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부분보장제 확정] 금융기관 파급효과
거액예금 이탈 불가피
「그래도 뭉칫돈은 떠난다.」
정부가 예금부분보장제도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되 보장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시행시기 연장 또는 한도 상향조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함께 어수선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명확히 「선」이 그어진 만큼 이제부터 진짜 「거액예금 이탈」이 본격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2,000만원 이하 보장)대로 시행될 경우에 비해 다소 충격은 덜하겠지만 우량·비우량 금융기관간 차별화가 가속화되면서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익부 빈익빈」 대세는 불변=우량 금융기관들은 제도시행을 늦추지 않은 것에 대해, 비우량기관들은 한도를 상향조정한 것에 대해 각각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도가 상향조정됐다고는 하나 부실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어차피 거액예금은 떠날 것이고 그나마 지탱하고 있던 2,000만원 이하 소액예금도 우량기관의 「여백(추가된 3,000만원)」을 찾아 떠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명수 해동금고 기획팀장은 『그동안 예금보장 한도인 2,000만원 이하에 맞춰 수신전략을 펼쳐왔으나 한도가 상향조정되면 1인당 3,000만원씩 추가예치 할 수 있는 만큼 유동성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소형신용금고 사장은 『이제부터 진짜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경우 단순히 어느 금액까지 안전하느냐의 여부를 떠나 안전한 곳 자체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감을 표했다.
예금보장한도의 상향조정이 소액예금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심화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고액예금자들의 불안감은 오히려 커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우량기관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얘기다.
◇변수는 거액 법인·기관예금= 박중진 동양종금 사장은 『종금사 고객들은 평균 1억원 이상을 예치하고 있기 때문에 한도의 일부 상향조정은 별 의미가 없다』며 『문제는 수십, 수백억원씩 예치하고 있는 법인예금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숫자로는 얼마 안되지만 금액상으로는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법인예금자들을 3,000만원 정도의 한도조정으로 안심시킬 수는 없다는 얘기다.
종금사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들도(특히 부실사일수록) 기관예금의 「연말이탈」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고 실제 이 문제가 현실화될 경우 유동성부족 등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우량기관들은 부실사에서 이탈된 뭉칫돈까지 한꺼번에 끌어들여 덩치를 키우게 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부실사 퇴출 및 통폐합 등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우기자
입력시간 2000/10/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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