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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 당국회담'은 1박2일이라는 짧은 일정과 실무자급 접촉에서 드러난 이견 등으로 합의점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10일 남북 실무접촉 결과를 브리핑하며 "남북 당국회담 한번으로 지금 제기되고 있는 모든 남북 간 현안이 다 협의 및 타결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합의하기 쉽고 의견절충이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방향으로 회담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천 실장의 우려대로 남북 당국회담의 성공적 진행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반면 북한은 이 같은 의제 외에 ▦6·15 및 7·4 발표일 공동기념 문제 ▦민간 내왕 및 접촉 ▦협력사업 추진 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10일 실무접촉 직후 발표문을 통해 "(남북 당국회담에서) 협력사업 등 북남관계에서 당면하고도 긴급한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명시해 우리 측 발표문과 차이를 보였다.
지난 9일 판문점에서 벌어진 실무접촉 또한 이 같은 이견 때문에 17시간이 넘는 릴레이 회의가 벌어져 오전3시를 넘어서야 종료됐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일정 내에 양측의 이견을 조율,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이번 회담의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핵 문제 또한 이번 협상에서 양측의 이견이 많은 부분이다. 정부는 2002년 제8차 남북 장관급회담 이후부터 북한 당국과의 접촉시 북핵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고 있어 이번에도 같은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핵무장 노선을 천명하는 등 핵무장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최근 미중 양국 정상이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국제적 압박이 높아 북한의 돌발제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남북 당국회담에 '장관급 인사'의 회동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돼 협상의 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회담에 나가기로 잠정 결정된 만큼 레벨이 비슷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전날 실무자 간 접촉에서 "수석대표는 상급 당국자로 하자"고 맞서며 김 통일전선부장을 내보내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차관급 이하인 내각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내보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21차례의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통일부 장관을 내보낸 우리와 달리 내각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내보내 우리 측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아직 수석대표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피력한 사례를 감안하면 차관급 인사를 내보낼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남북 간 고위회담의 경우 쉽게 합의를 볼 수 있는 사안도 양측 간 기싸움 때문에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만큼 우리 협상단도 이전보다 훨씬 큰 재량권을 갖고 협상에 임할 수 있게 돼 이전과 다른 결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