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돌풍 심상찮네


에너지원‘큐브’를 훔쳐 지구를 잠식하려는 자가 나타났다. 인류가 위험에 처하자 국제평화기구 ‘쉴드’(S.H.I.E.L.D)의 국장 닉 퓨리(사무엘 L.잭슨)은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슈퍼 영웅들을 찾아 나선다. 지구 안보를 위협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슈퍼 영웅들을 한 데 모아 세상을 구하는 일명 ‘어벤져스’작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마블 코믹스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계획을 집대성한 결과물이 영화‘어벤져스’(감독 조스 웨던)로 다시금 태어났다. 마블코믹스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영화화된 헐크, 무기재벌 아이언맨, 천둥의 신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네 명의 슈퍼 히어로에 ‘아이언맨2’에 조연으로 등장했던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블랙 위도우의 절친한 동료 호크 아이까지 가세했다.

영화 ‘어벤져스’의 질주가 예사롭지 않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6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된 이후 3일간 약 900여 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142분이라는 러닝 타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주인공 영웅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하나의 팀이 되는 과정을 그린 초반 1시간 분량에서는 자칫 지루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또 이야기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월트 디즈니의 마블코믹스가 만들어온 영화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일 경우,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불친절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어벤져스’는 이 같은 미흡함을 단숨에 잊게 만드는 화려한 액션과 구성으로 이목을 사로잡는다. 특히 후반 30분이 압권.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의 공격에 맞서 싸우며 뉴욕 한복판이 거대한 폭발로 휩싸이게 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가히 막강한 자본과 3D 기술로 무장한 할리우드 액션·SF영화의 진수가 무엇인지 짐작케 한다. 영화는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세트를 만들어 압도적 스케일의 폭파 장면을 촬영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무색하다. 여섯 명의 영웅들이 팀 내에서 티격태격 자존심 대결을 펼치며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과 그 속에서 영웅들이 풀어놓는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잔재미를 더해 준다. 2시간 30분에 가까운 시간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 영화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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