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최대, 세계 3위의 석재가공업체였던 동인석재산업(대표 곽영철)은 전국 검찰청에 석재를 납품하는 등 국책사업에 자주 참여해왔고, 연간매출도 300억원 이상에 이르는 탄탄한 기업이었지만 국내외에 350억원에 이르는 설비투자를 했다가 지난 95년 3월 부도를 냈다.부도 후 대주주는 일본으로 도주했지만 노조는 근로자들의 뜻에 따라 회사 경영진에게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했고, 300여억원에 이르는 채권을 갖고 있던 조흥은행이 제3자 인수조건으로 출자전환에 동의해주자 96년 1월 청주지법의 결정으로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인수의사를 밝힌 기업이 나타났지만 조흥은행과의 인수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바람에 청주지법은 지난해 9월 회사정리 절차 지연을 이유로 법정관리 폐지 결정을 내렸고, 이에 대한 항고와 재항고까지 기각돼 지난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결국 이 회사에 남은 길은 회생을 포기하고 파산절차에 들어가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이 잘 되니까 어떻게 해서든 회사를 살려보자』고 나섰으며 조흥은행으로부터 채권을 넘겨받은 성업공사가 출자전환 의사를 밝히자 이 회사의 법률관계 업무를 맡은 법무법인 대일의 홍영호(洪英晧) 변호사가 화의를 신청하게 된 것. 법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화의신청을 남발하고 파산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일단 법정관리 폐지결정이 내려졌을 경우 반드시 파산선고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회사정리법 개정안까지 제출돼있는 상태에서 화의를 신청한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洪변호사의 화의신청에 근로자들도 화의절차가 개시되면 『퇴직금을 출자전환하겠다』며 거들고 나섰고 이에 대해 청주지법 제1민사부는 지난 8일 주채권자인 성업공사의 동의를 받아 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법원이 선임한 실사기관에 의해 이 회사의 재산에 대한 실사가 진행중이며 앞으로 긍정적인 결론이 나오면 화의개시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洪변호사는 『부도 후에도 연간매출이 100여억원에 이르는 등 정상화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에 경영권유지 목적으로 화의절차를 이용하는 경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판단, 화의신청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윤종열기자YJYU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