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명품시계에 구애하는 IT기업

스마트워치 개발에 협력 필수
애플·삼성·구글 등 손 내밀어
"주 고객 달라" 반응은 시큰둥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스위스 명품 시계 업계에 손을 내밀고 있다. 미래 주력상품인 스마트워치 개발에 그들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위스 시계 업계는 스마트워치의 잠재력을 평가절하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스와치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시계 기업과의 기술제휴는 물론 시계 장인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로이터통신도 삼성·구글·소니와 같은 여타 내로라하는 IT 기업들 역시 스마트워치를 패션·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낼 목적으로 앞다퉈 이들에 손을 내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입는 컴퓨터(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류 럭셔리 업계의 노하우를 전수 받으려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경쟁이 뜨겁다. 모바일기기인 동시에 패션이기도 한 입는 컴퓨터의 특성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안젤라 아렌츠 전 버버리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한 바 있다.

시계 부문에서는 특히 스와치·티쏘가 구애 대상이라고 로이터는 소개했다. 이 두 기업은 손목시계를 무선망에 연결하는 실험을 벌이는 등 스마트워치와 유사한 제품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명품 시계 기업들의 시선은 아직 냉담하다. 닉 하이에크 스와치 회장은 "애플과 협력계획을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가 먼저 요청하지도 않았고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출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했다. 티에리 스턴 필립파텍 회장과 룩 페러먼드 에르메스 회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워치의 주 고객은 젊은이들이며 럭셔리 시계 회사가 목표로 삼는 소비자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럭셔리 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장클로드 비버 시계 부문 자회사(위블로) CEO는 FT에 "애플이 우리 회사 장인들에 보낸 스카우트 메일을 봤다"며 인력 빼가기에 대한 경계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는 시계 업계가 스마트워치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루카 솔카 엑센 BNP파리바 럭셔리 부문 분석가는 "만약 IT 기업들이 스스로 스마트워치 대중화에 성공한다면 이들의 손길을 뿌리친 시계 업체는 거대한 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오는 2017년이면 입는 컴퓨터 시장이 5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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