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의 일부 펀드들이 올들어 신흥개도국(이머징 마켓)에 입질을 하고 있지만, 주류는 여전히 이머징 마켓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머징 마켓의 경제기초(펀더멘털)에 결정적인 변화가 보이고 있지 않은데다 지난 2년간의 손해에 대한 심리적 위축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12일 월가 펀드의 90%를 차지하는 광범위한 투자군이 아직 이머징 마켓 투자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첫번째 이유는 심리적 장벽이다.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들은 아시아와 중남미가 바닥은 쳤다는데 공감을 하지만, 지난 97년 여름 아시아 위기 이후 불에 덴 아이처럼 이머징 마켓에 대한 겁을 먹고 있다. 페더럴 글로벌 펀드의 매니저 마크 핼페린씨는 『잘못된 경영과 브로커들이 띄워놓은 주식시장에 들어갔다가 당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 회계의 투명성, 주주에 대한 무관심 등이 장애 요소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펀더멘털에 확실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시아 증시 회복은 일본 엔화 회복 등 외적 변수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것이 매니저들의 견해다.
올들어 이머징 마켓의 주가는 선진국 주가보다 빠른 속도로 뛰었다. 모건 스탠리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주가 평균 상승율은 3.7%인데 비해 아시아·중남미 등 이머징 마켓은 12.4%였다. 이는 97년 여름 이후 처음이다. 아시아의 주가를 리드하는 한국의 경우 올들어 22%, 싱가포르 20%, 멕시코 31%, 브라질 67%의 높은 상승율을 기록했다.
펀드의 자금 유출입을 추적하는 AMD 데이타서비스사에 따르면 지난 5주 동안 이머징 마켓으로의 자금 이동이 나타났는데, 이는 98년 이래 처음이다.
하지만 최근 이머징 마켓 회복은 금융 위기로 고갈된 증시에 작은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머징 마켓의 규모는 태국의 주가 총액 200억 달러, 말레이시아 800억 달러로 선진국인 독일의 1조 달러 시장에 비해 극히 작은 규모다. 때문에 월가의 주요 펀드 몇개만 방향을 바꿔도 과열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로우 프라이스 펀드의 매니저 조지 머나간씨는 『이머징 마켓 투자의 시기는 심리적 관점에서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