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이전 공공기관 "울고 싶어라"

종전부동산 매각 난항 겪는데 7조 물량 더 쏟아져
이전비용 은행 대출로 충당
재무구조 악화 기관도 속출
국유재산 헐값 매각 우려도


"기존 본사를 매각한 돈으로 이전할 곳의 신사옥을 지어야 하는데 종전부동산이 팔리지 않으면 부채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이번 정부에서 공공기관 부채감축을 강조하고 있어 상당히 난처한 상황입니다."(공공기관의 한 관계자)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들의 부채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시장에 내놓았던 종전부동산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올해부터 7조원가량의 공공기관 보유 부동산이 시장에 쏟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낙연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지방 이전 공공기관 종전부동산 매각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54곳, 246만4,057㎡(장부가격 5조7,101억원)에 달하는 공공기관 부지가 매각에 부쳐질 예정이다.

장부가격이 통상 시장가격의 70~80% 수준임을 고려하면 7조원이 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는 셈이다. 이 중 개별 부동산의 장부가만 1,000억원 이상인 곳도 11곳에 달한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건당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규모와 금액이 크기 때문에 매수에 나설 수 있는 주체가 극히 한정돼 있는데다 한국전력 부지 등 서울의 알짜 부지를 제외하고는 투자자들의 주목도가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앞서 진행된 종전부동산 매각은 연이어 고배를 마시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오리·정자 사옥은 매각금액을 낮추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각각 두 차례씩 유찰됐고 한국석유공사 안양 사옥도 5차례나 유찰됐다. 지난 2011년부터 매각공고를 낸 인터넷진흥원의 경우 무려 18차례나 유찰돼 현재 19번째 입찰을 준비 중이다.

종전부동산 매각이 지연됨에 따라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기관들도 속출하고 있다. 종전부동산 매각자금 대신 금융기관 대출로 지방 이전비용을 충당하다 보니 부채부담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매각지연에 따라 금융기관으로부터 재원을 조달한 공공기관은 8개, 차입액은 총 889억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14개 기관이 총 2,4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조달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재원을 조달한 기관들이 올해 추가로 재원조달을 요청했고 또 새로운 차입기관들이 등장하면서 차입규모가 대폭 늘었다"며 "매각이 지연되는 물건들이 늘어날수록 기관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차입액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국유재산'인 종전부동산이 민간기업 및 외국계 자본에 헐값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에 종전부동산을 매각하려면 가격인하를 반복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혁신도시특별법상 공공기관이 이전한 후 1년 안에 종전부동산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기관들이 압박을 느껴 가격인하 카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헐값에 넘어가 난개발될 우려가 있는 만큼 해당 부지의 매각유도 방안과 향후 활용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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