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국내 A법무법인(로펌)의 한 여성변호사는 결혼 후 임신을 하자 "로펌 대표가 1년간 강제로 휴직시켰다"며 청년변호사협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협회는 이러한 사실을 검찰에 고발했고 결국 A로펌 대표는 남녀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재야 법조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포펌에 소속된 일부 변호사들이 이처럼 일반 근로자에도 못미치는 처우와 근무 환경에 처해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변호사단체들이 고용변호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변호사 대표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고용변호사 근로 실태에 점검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등록된 변호사 수는 1만5,956명이다. 이 가운데 로펌 대표와 개인사무실을 단독으로 운영하는 변호사를 제외한 고용변호사 수는 전체 변호사의 7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말 2주에 걸쳐 국내 로펌의 근로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대상은 사법연수원 35기부터 42기까지 총 7,000여명의 젊은 변호사들. 설문은 '입사 시 근로계약서는 제대로 작성했는지', '육아휴직은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각 로펌들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이 포함됐다.
대한변협은 회수된 설문지를 바탕으로 로펌들의 근로실태를 분석한 뒤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한변협은 현재 근로기준법위반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근로실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근로기준법 적용과 준수 문제뿐만 아니라 좀 더 범위를 좁혀서 일·가정 양립 이슈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대책안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변호사 중 1만여명이 소속돼 있는 서울지방변호사외 역시 근로실태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국내 로펌 20곳 대표들을 만나 로펌의 근로 조건과 실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앞으로 근로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근로 개선이 필요한 로펌들이 자체적으로 개선에 나서도록 오는 4월까지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계도 기간이 끝나는 5월부터는 로펌이 연차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게 하는지, 근로계약서 작성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퇴직급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본격적인 근로점검에 나서고, 이를 위반하는 로펌에 대해서는 징계 등에 나서기로 했다.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올해에는 변호사 근로 실태를 점검하고,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