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기자의 一日一識] <29> ‘새로움’이 주는 ‘이질감’

‘새롭다’는 건 기존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다르다는 건 때론 불편함을 주기도 하죠.

뉴페이스(기존 집단의 구성원이 아닌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기대감과 호기심 그리고 일종의 긴장감을 조성하게 됩니다. 기존 조직원의 첫 번째 반응은 동화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에 대한 관심입니다. 이러한 관심은 일종의 이질감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우리와 다른’ 상대방을 만났기에 느끼게 되는 감정인 것이죠. 따라서 개인 대 개인의 구도가 아니라 집단 대 개인의 양상을 띠게 됩니다. 다르다는 건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기에 불편하기도 합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할 때 우리는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묘하고 복잡한 상황이기에 첫인상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처음 입력된 정보가 나중에 습득하는 정보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초두 효과 때문입니다. 뇌 과학자인 폴 왈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0.017초 만에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신뢰 여부를 판단한다고 합니다. 첫눈에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은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사실 뉴페이스는 사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제품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화려한 런칭쇼를 통해 혁신적인 기능을 강조하면서 출시된 상품들,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인상만 주는 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시어도어 노스워시 교수를 비롯한 소비자 심리학자들의 공동 연구는 떠들썩한 신상품 출시회에서 청중을 신나게 만드는 방법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이 흥분한 경우에는 외려 신제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자꾸 자극하고, 새로움을 강조하기 위해 소비자를 놀라게 하기보다는 차분하고 조용한 가운데서 얼마나 좋은 제품인지 자연스럽게 설득하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품 출시 전문가들에게 소비자를 ‘내버려두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일단 중요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보아야 한다는 성급함이 여유 있는 의사결정을 어렵게 합니다. 새롭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이면에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경쟁자에게 소비자를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이 내재돼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소비자는 똑똑합니다. 자신에게 재미있는 기능과 편익을 주는 것은 좋지만, 무작정 사게끔 강요하는 것은 제품의 매력도를 오히려 떨어뜨립니다. 늘 새롭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만이 능사가 아닌 것이죠. 심리학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는 스키마(Schema), 즉 보편적인 기억의 전형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상식, 판단 기준, 기존의 기억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존재합니다. 신제품을 선택하게끔 하는 기업의 전략은 ‘스키마’를 벗어난 행동입니다. 일종의 일탈입니다. 습관을 따르지 않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나름의 위험과 비용을 동반한 일입니다. 망설이고 있는데 ‘어서 우리 쪽으로 넘어오라’고 다그치는 것은 외려 상대방에 대한 의심마저 들게 할 수 있습니다.

알리는 그 순간, 과하지는 말 것. ‘과유불급’의 원리는 뉴페이스가 등장하는 그 순간에도 적용됩니다. 기존에는 없던 새로움이란 관객을 놀라고 당황스럽게 해 마음의 문을 닫는 양날의 검과 같은 것입니다. ‘팔지 말고 사게 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은 그리 큰 효과가 없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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