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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평생 라이벌이었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그의 사상적 배경인 '오스트리아학파'가 되살아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케인즈주의적 정부 개입이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 경제 상황은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만 누적된 채 회복세가 둔화하면서 그 대척점에 서 있는 하이에크가 재조명 받고 있으며, 그의 후학들의 주장이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것. 한마디로 금융 위기로 화려하게 부활한 케이지언식 경기처방은 틀렸다는 설명이다.
하이에크의 최고 역작인 '예종의 길(Road to serfdom, 1944년 출간)'은 지난 6월 아마존 닷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 책에서 하이에크는 경쟁시장의 규칙을 강조하고, 사회적 정의를 앞세운 포퓰리즘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오스트리아 학파를 재조명한 '하이에크는 퍼지고, 케인즈는 쫓겨나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경제학의 부침에 따라 오스트리아학파는 지난 1970년대 선진국들이 '스테그플레이션(고물가ㆍ저성장)'을 겪으면서 부상했고, 80년대 레이건 정부에 자유시장의 아이디어를 제공함으로써 각광을 받았다. 이후 정부 지출은 점차 늘어나고,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퇴조했다.
WSJ은 오스트리아 학파 입장에서 정부 개입은 조지 슘페터가 주장한 '창조적 파괴'를 가로 막아 기업의 창의성에 바탕을 둔 혁신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이 학파는 또 재정 투입에 의존한 경기부양책은 또 다른 위기의 씨앗을 뿌리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의 정부지출도 결국 정부의 과다 부채와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될 것이라 주장이다.
현재 미국에서 오스트리아학파의 대표적인 학자로 꼽히는 피터 뷔케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현 경제상황과 관련,"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끝을 알 수 없는 적자의 순환과 통화의 가치 하락"이라며 "시장 개입을 통해 내놓는 정책들은 결국 시장의 자정 능력을 경제 전반의 위기로 바꿔놓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7년 뉴욕대 교수 재직시절 당시 뉴욕대가 오스트리아 학파의 전통을 버리고 수리경제학을 강화하자 종신교수 재직을 포기하고 지금의 대학으로 자리를 옮길 정도로 정통 오스트리아학파의 길을 걷는 경제학자다.
그는 요즘 한참 문제가 되고 있는 디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생산성 향상이 수반된다면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며 "가격수준이 떨어졌다고 연준이 마구 돈을 집어넣으면, 그 결과는 인플레이션 될 것이며 이것이 위기"라고 주장했다.
또 낮은 이자율을 유지하고 집주인들에게 정부가 차압을 당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람들에게 '크레이지 쥬스(crazy juiceㆍ스포츠 음료와 독한 술을 섞은 일종의 칵테일)'을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오스트리아 학파의 주장은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는 있지만, 결정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케인즈학파(Keynesian economics) :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1883.6.5~1946.4.21)의 사상에 기초한다. 방임주의적 자유주의와 달리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함께 하는 혼합경제를 장려한다. 예를 들어 불황기에 정부가 지출 확대를 통해 유동성을 늘리면 민간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제가 정상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케인즈학파의 주장이다.
▦오스트리아학파(Austrian School) : 1870년대 오스트리아의 카를 멩거를 시조로 발전한 근대경제학파로 한계효용학파라 불리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이주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5.8~1992.3.23), 루트비히 폰 미제스 등에 의해 계승됐다. 이들은 개인주의적ㆍ자유주의적 사상을 신봉하고 사회주의적 계획경제보다 자유경쟁의 우위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