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을 비롯해 한빛.신한은행 등 3개 국내은행은 미국의 투자조합을 대리한 외국인들이 미국 뉴욕 법원에 2천억원대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자 어이없다는 표정이다.23일 조흥은행 등 해당은행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음성인식기술을 활용한 벤처기업인 미국 L&H가 나스닥에서 상장폐지돼 이에 투자한 '시게이트'(Seagate)라는 미국의 투자조합이 투자손실(1억6천695만달러, 약 2천163억원)을 본데서 시작됐다.
시게이트는 L&H의 상장폐지 원인이 L&H 지사이자 이미 파산한 L&H코리아의 매출액 과다계상(3억7천300만달러)에 있다고 보고, 지난달 29일 미국 뉴욕 법원에 L&H 코리아와 거래한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조흥은행은 L&H 코리아를 상대로 102억원의 일반대출이 이뤄졌을 뿐 외국인들의 주장처럼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팩토링 거래)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L&H 코리아에의 대출금액이 3개은행 모두 합쳐 719억원 정도인 만큼 매출을 과다 계상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은행들은 밝히고 있다.
특히 본사에 투자해서 발생한 손실을 해외 지사와 거래한 해외 은행들이 보전해 줘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을 뿐더러 이치에도 닿지 않다는 게 이들 은행의 입장이다.
더욱이 투자 손실은 투자자가 져야 한다는 게 세계 공통의 원칙이라고 은행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이 크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우선 재판이 미국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국내의 해당 은행들로서는 입장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어려운데다 국내 기업이나 은행의 회계기준이 미국보다 덜 투명하다는 점도 재판에 불리한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그러나 재판에 계류된 만큼 충분한 증빙 자료를 확보, 분식 회계와 무관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한편 L&H 상장폐지가 L&H 지사와의 대출거래와는 서로 관계가 없음을 명백히 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대출해준 기업에 대한 회계감독권이 없다는 점도 부각시킬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