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자신의 이름을 걸고 대회를 하게 된 '골프계의 살아 있는 전설' 아놀드 파머가 코스 난이도를 한껏 올렸다고 했지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그 어느 때보다 무서운 기세로 스코어를 줄였다. '한국 골프의 대표주자' 최경주(37ㆍ나이키) 역시 선전하며 상위권에 올랐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파70ㆍ7,137야드)에서 개막된 미국PGA투어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500만달러) 첫날. 지난해 파72였던 코스가 불과 130야드만 줄어든 채 파70으로 수정됐고 러프는 발목을 덮을 만큼 길게 조성이 됐으나 우즈는 버디 7개에 보기1개로 6언더파 64타를 기록,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보기 없이 6개의 버디를 기록한 본 테일러(미국), 폴 케이시(잉글랜드) 등과 동률이다. 이날 친 64타는 올 시즌 우즈의 개인 최소타이며 이 대회만 따질 경우 지난 2004년 1라운드에서 67타를 친 이후 12라운드 만에 나온 60타대 기록이다. 결국 파머가 난이도를 높였지만 우즈는 종전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낸 것. 우즈는 "퍼팅 실수가 두 번 정도 있었으나 올 들어 가장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우즈의 플레이가 돋보였던 것은 무엇보다 무려 94%에 달했던 아이언 샷의 정확도 때문이었다. 18개 홀 중에 17개에서 파온(파에서 기본 퍼트 수 2타를 뺀 타수 내에 볼을 그린에 올리는 것)을 했다. 유일하게 파 온하지 못했던 곳은 단 한 개뿐인 보기를 했던 파4의 18번홀. 3번 우드로 티 샷한 뒤 웨지로 세컨샷 했던 그는 볼이 온 그린됐다가 백스핀이 걸려 해저드 앞 바위 틈까지 굴러 내린 탓에 벌타를 받고 드롭한 뒤 4번째 샷을 했고 1.8m 보기 퍼트를 성공시켰다. 10번홀부터 출발, 15번홀까지 6개홀에서 버디 4개를 챙기며 상승세를 탔던 우즈로서는 경기 흐름이 끊겼던 것. 그러나 그는 곧 안정을 찾아 버디 3개를 더 챙기며 6언더파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로코 미디에이트, 션 오헤어(이상 미국), 트레버 이멜만(남아공), 칼 페테르손(스웨덴) 등 5명이 4언더파 66타로 공동4위 그룹에 포진했다. 최경주는 이들에 1타 뒤진 3언더파로 공동9위를 기록했다. 버디4개와 보기1개를 묶어냈다. 1번홀부터 출발해 6번홀에서 버디 1개를 챙긴 채 10번홀까지 답답한 파행진을 했던 최경주는 11번홀부터 3홀 연속 버디로 신바람을 냈으나 15번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순위가 밀렸다. 하지만 어니 엘스와 레티프 구센이 나란히 1언더파 69타로 공동 33위, 비제시 싱 이븐파 공동 47위, 필 미켈슨 2오버파 공동 83위 등 우즈를 제외한 톱 랭커들이 부진했던 것을 고려하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한편 미국PGA투어 스트로크 플레이에 처음 나섰던 양용은(35ㆍ테일러메이드)은 버디3개와 보기5개로 2오버파를 쳐 공동83위까지 처졌다. 경기 막판 쏟아진 폭우 때문에 플레이를 마치지 못한 위창수는 17번홀까지 5오버파나 쳐 공동 108위로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