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구하기, 적임자는 나"

새누리당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 개최

14일에 치러지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를 선언한 9명의 후보가 6일 선거인단과 당원들을 상대로 첫 합동 연설회를 개최했다. 양강체제를 구축한 서청원·김무성 의원은 상대 비방을 자제하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날 대전시 도룡동 무역전시관에서 개최된 합동 연설회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2,000여 명의 당원과 선거인단이 몰려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이 자리에서 후보들 전원은 한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 구하기’에 나섰다.

김무성 의원은 “당이 위기일 때마다 당을 구해준 박 대통령이 위기라고 한다”며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역사의 기록에 남는 성공한 박 대통령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청원 의원 역시 ‘박근혜 위기론’을 전면에 내세워 당심 잡기에 나섰다.

그는 “당 안팎의 많은 분이 ‘흐트러진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당신이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저를 이곳으로 보냈다”며 “당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분들의 명령”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을 구할 당 대표로 저마다 본인이 적임자임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따라 당 쇄신방안도 앞다퉈 거론됐다.

서 의원은 “부자 정당, 웰빙 정당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한다”면서 “당 대표가 돼서 서민을 위한 경제 정책을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공천 학살’의 피해자임을 강조하면서 “공천권을 당의 소수 권력자로부터 빼앗아 당원 동지에 돌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장외에서 거침없는 설전을 펴온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 간의 신경전은 이날 연설회에서도 계속됐다.

김 의원은 정견 발표 전 준비한 소개 영상에서 “저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두 친박이다”며 “대통령의 성공, 새누리당의 혁신,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비박으로 분류되고 전당대회가 친박 대 비박의 구도로 흘러가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 의원 역시 영상에서 “(차기 당 대표는) 위기를 이용해 정부와 대립할 사람인가, 위기에 무한 책임을 갖고 정부를 견인할 사람인가 (따져야 한다)”면서 김 의원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이날 연설회에는 전당대회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섯 번째 연설 주자로 나선 김영우 의원은 “전당대회가 끝나면 지도부가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화합을 다지는 차원에서 서 의원과 김무성 의원의 포옹을 권유하고 나섰다. 이에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만세한 뒤 포옹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어김없이 꽹과리와 북이 합동연설회에 등장했다. 일부 후보 측 지지자들은 행사장 밖에서 풍물패와 함께 후보자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을 펼쳤다. 앞서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합동연설회에서 꽹과리, 북, 호루라기 등 열기 고조도구와 후보자를 홍보하는 피켓 사용을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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