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개성서 눈 돌리는 대기업들
민병권 기자
"돌아가신 정주영 회장이나 이병철 회장이라면 국익을 위해 새로운 영역이라도 의욕적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다. 요즘 2세 경영인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최근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 개성공단사업에 소극적인 대기업들에 대해 이렇게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대기업들이 대북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김 부회장의 바람과 달리 대북사업의 현실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핵 문제를 비롯해 군사ㆍ정치적 위험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선뜻 개성행을 선택할 대기업은 드물 수밖에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산업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력ㆍ도로 등 유형의 인프라부터 숙련공 확보, 행정 지원문제 등 무형의 인프라까지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다는 게 기업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LG필립스LCD의 경우 한때 협력업체들의 개성공단 입주 가능성을 조사했으나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어렵다고 판단해 기존의 파주 클러스터 조성에 전력을 쏟기로 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전력사정을 살펴본 결과 전압이 불규칙하고 전력공급도 자주 끊겨 생산 차질이 상시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물류를 위한 남북간 육로 개통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남북간 육로 이용은 금강산 특구 등에 대한 관광 목적으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남한의 기업들로부터 부품ㆍ자재 등을 제때 공급받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3월 남측의 전력을 개성공단에 연결하는 등 현지 인프라 확충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800만평에 달하는 개성공단 부지 중 이제 겨우 100만평의 시범단지 가동에 필요한 시설만 일부 갖춰졌을 뿐이다. 정부와 북한 당국은 기업들의 마음을 읽고 경쟁력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한다면 기회의 땅이 자칫 묘연한 엘도라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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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5-04-22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