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정계은퇴' 공식선언

한나라 내달 전당대회 추진16대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20일 정치 입문 6년 만에 '대쪽의 꿈'을 접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년 전 정치에 들어올 당시의 꿈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깨끗이 물러나겠다"면서 "정치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고 여러분이 내린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노무현 당선자에게 축하를 드리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좋은 대통령이 되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게 평생의 소원이었고 사람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드는 게 평생의 꿈이었으며 진정한 개혁으로 제대로 된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부덕하고 불민한 탓에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며 여러분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지난 5년간 숱한 고생을 같이 해 오면서 여러분은 저와 한 몸이었다"는 대목에서 감정을 이기지 못한 채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또 "환골탈태해 국민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새로운 한나라당을 꼭 만들어 달라"고 당원들에게 당부한 뒤 "진정 건전하고 합리적인 개혁의 길을 간다면 언젠가 국민은 여러분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6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권유로 신한국당 선거대책위원회 의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 후보는 신한국당 대표와 한나라당 총재로 5년여 동안 야당을 이끌어 오면서 두 차례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 회견을 마친 뒤 곧바로 귀가했고 한나라당은 서청원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홍병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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