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 “정부 실효성 없는 대책… 생색내기 그만 하라”

입주기업 비대위 출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입주기업들이 정부의 피해대책을 강하게 성토했다. 기업들과 아무런 소통 없이 마련한 대책으로 생색만 내고 있다는 불만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80개 입주기업이 모인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고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대표 공동위원장을 맡은 한재권 개성공단협회장을 비롯해 문창섭 삼덕통상 대표, 김학권 재영솔루텍 대표, 배해동 태서안업 대표, 유동욱 대화연료펌프 대표 등이 공동위원장에 선임됐다. 비대위는 개성공단 출입정상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공단 정상화를 위한 모든 사항을 업체들로부터 위임받았다. 비대위는 곧바로 각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공단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총회에서는 정부의 대응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입주기업 대표들의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엇보다 2일 정부가 발표한 운전자금 지원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컸다.

정기섭 에스엔지 대표는 “한달째 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기업들의 신용도는 추락했는데 정부 발표 내용 중 기업 신용과 무관하게 빌려주는 돈은 고작 630억원에 불과하더라”며 “국민들은 3,000억원을 그냥 주는 줄 오해하는데 이제는 정부 눈치 볼 것 없이 과감히 우리도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수 인천입주기업협의회장은 “통일부에서 지원대책에 대해 기업들과 사전 협의도 없었고 발표 후에도 일절 한 마디 설명도 없다”며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일방적인 자기 노력 홍보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동안 제기됐던 개성공단 관련 특별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이 나왔다. 현 법령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는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정부는 현 제도상으론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데 관련 법안을 보면 합의파기로 인한 의무 불이행 등에 대해 손실 보상을 해주게끔 돼 있다”며 “특별법 제정 없이도 현 제도 안에서 정부가 얼마든지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안하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경영이 벼랑 끝에 몰렸다고 호소하는 의견도 여럿 나왔다. 홍완기 홍진HJC 대표는 “우리는 100% 수출기업인데 태양절이나 노동절이 지나면 개성공단이 다시 열릴 것으로 생각하고 ‘북한산’ 표시를 한 제품을 수출하기로 계약했었다”며 “다음주까지 공단이 재개되지 않으면 계약을 반납해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업체들의 의견 수렴 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남북정부간 즉각 대화 ▦적극적인 입주기업 재산보호 ▦원부자재 회수 및 기계설비 보존 등 위한 방북 승인 등을 강력하게 정부에 요청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