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2ㆍ31 개각 명단'을 발표하자 가장 먼저 야당의 도마에 오른 사람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였다. 검찰은 정 후보자가 대검찰청 차장 시절이던 지난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BBK의혹이 무혐의로 결론 났고 이후 정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등용됐다. 이를 계기로 정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한 반면 '보은인사'란 지적을 받았다. 이 시절 그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내용을 보고 받았다는 의혹까지 샀다. 행정부에 속하긴 하지만 행정부를 감시하기에 독립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감사원의 수장으로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게다가 정 후보자가 검찰을 그만두고 들어간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지난 6일 밝혀진 게 결정적으로 사퇴요구를 불렀다.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 "사전에 알고 있던 사실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반발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수도권 친이명박계를 비롯해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비토론이 새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7일께 주말을 넘기면서 비토론은 여당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보온병' '자연산' 등의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안상수 당 대표가 그동안 신중했던 자세를 바꿔 10일 자진 사퇴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당 대표가 치고 나가면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역시 대세를 따랐고 김무성 원내대표가 드러내는 방식을 비판했지만 한 번 등 돌린 당심은 돌아서지 않았다. 그동안 "청와대 참모들이 인사전횡한다"고 지적했던 집권당에서는 정 후보자가 특히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경동고 후배라는 점을 들어 비난의 과녁을 임 실장에게 겨누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당 지도부가 사퇴를 요구한 즉시 "유감이다"라고 맞서 당청이 등을 돌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 와중에도 정 후보자는 이틀간 장고를 거듭했고 이 때문에 청와대의 만류가 있었다는 설이 돌았으나 결국 12일 오전 정 후보자는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사퇴의 변을 남기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