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해 참여하고 있는 드라마 간접광고(PPL)가 오히려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드라마제작사가 한 제품을 놓고 두 경쟁사에 양다리를 걸치거나 배우, 제작스텝 들이 PPL한 제품을 돌려주지 않고 개인적으로 가져가고, 설치한 제품이 고장 날 때는 무상의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하는 등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도어록 전문업체인 A사는 공중파 방송 3사에서 10시에 방영되는 모든 수목드라마에 디지털도어록을 협찬하고 있으며 지금도 수시로 협찬요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품이 많이 노출될 수록 좋은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 곳에서 제품 협찬 요청을 해도 대부분 거절하지 않고 들어준다”며 “하지만 필요이상의 수량을 요구하거나 자신들이 잘못 설치한 제품에 대해 무료로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해 난감할 때가 많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특히 일반주택이나 오피스 등에 촬영 목적으로 설치한 경우 문제가 생기면 무료로 수리를 해줄 것을 요구하는데, 정상적으로 판매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애프터서비스 규정에 해당되지 않아 원칙적으로는 들어 줄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무료로 해준다”고 설명했다. 드라마가 끝나면 소품을 다시 협찬사 측에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도자기 등 주방용품을 공급하는 B사는 드라마가 종영하면 본래 받아야 할 제품의 90%만 돌아와도 만족하는 데 익숙할 정도. B사 관계자는 “가끔은 배우가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예쁘다면서 그냥 들고 가버려 촬영을 위해 다시 방송국에 찾아가 똑 같은 제품을 채워넣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음식물처리기를 협찬하는 C사는 최근 음식물처리기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드라마제작사가 경쟁사와 양다리를 걸치는 바람에 피해를 본 경우다. C사 관계자는 “협찬드라마를 보는데 우리 회사제품이 놓여 있어야 할 자리에 경쟁사 제품이 있었다”면서 “당초 계약대로라면 우리 제품이 항상 놓여 있어야 하지만 경쟁사가 중간에 껴들면서 두 회사 제품이 번갈아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드라마제작사 측에서 ‘드라마 세트를 부수고 다시 짓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일 뿐’이라는 설명을 해 어이가 없었다”면서 “최근 음식물처리기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방송사는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