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세상을 빛내는 여성 CEO들
이대출신 '이화IT'등 휴먼네트워크 구축
나도 여자고 지구의 반도 여자다. 하지만 지구 여성의 70%는 On으로부터 초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로 오면 이 비율은 더 커져서 80%에 가까운 여성들이 인터넷을 모르고 아프리카로 가면 인터넷을 사용하는 여성의 비율은 1%도 안 된다. 일부 여성들은 모르고 살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일부 남성들은 여자가 알기엔 너무 어렵고 복잡한 세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On의 세상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으며 알면 알수록 신이 나고 즐거웠다.
특히 즐거운 것은 그곳에서 나와 똑같은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략)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는 “항상 사회를 위해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나는 내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나는 진심으로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이클럽닷컴 이진민 부사장이 “여성의 업그레이드된 삶을 기원한다”며 내놓은 에세이에서 밝힌 각오다.
세상의 반을 이루고 있는 여성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의 입지는 좁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이 최근 잇따라 휴먼 네트워크를 만들며 사이버 세상을 이끌어 나가겠다며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모임은 이화여대 출신 CEO를 주축으로 한 이화 IT.
정혜숙 링크인터내셔날 사장이 회장을, 김이숙 이코퍼레이션 사장, 이진민 마이클럽닷컴 부사장 등이 부회장을 맡으며 닻을 올린 이 모임은 IT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대 졸업생들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 및 비즈니스 협력을 꾀하고 있다.
취지는 숫적으로 열세에 있지만 힘을 모아 보자는 것. 여성 인력들의 IT 업계 진출을 돕는 교두보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매월 두 번째 주 화요일마다 정기모임도 갖는다.
이들의 이력은 남성 못지 않게 화려하다. 삼보컴퓨터, 삼성물산 등 국내 굴지의 7개 업체가 출자해 세운 우먼드림.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효선 사장은 여성신문사 편집국장 출신으로 지난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성 정책 토론회에 패널리스트로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 21세기 여성미디어네트워크 공동대표로 있다.
디지털컨텐츠 보호기술을 개발하는 컨텐츠코리아 이영아 사장은 중소기업중앙회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이다. 지난 97년 프리랜서로 사회에 진출한 이사장은 컨텐츠 기획 및 제작, 보호,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컨텐츠코리아를 세웠으며 지난해에는 정보통신부로부터 국산우수신기술개발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화 IT 회장을 맡고 있는 정혜숙 사장도 대표적인 여성 CEO 가운데 하나. 지난 92년 국내 최초로 하이테크 전문 커뮤니케이션 대행사인 링크인터내셔날을 설립, 그 동안 한글과컴퓨터, 네이버,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애플사 등 굵직굵직한 업체들을 키워왔다.
여성을 위한 일을 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안고 `선영아 사랑해'를 외치며 여성포털 마이클럽닷컴에 들어온 이진민 부사장.
그는 금강기획 카피라이터로 출발, 제일기획 최연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면서 `나는 나 톰보이', `한국지형에 강하다 애니콜' 등 유명한 광고 문구를 만들어낸 사람이기도 하다.
벤처전문 컨설팅업체 이코퍼레이션 김이숙 사장도 이미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일찍부터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펼쳐온 김사장은 현재 국무총리가 위촉한 정보화추진자문위원회 위원, 산자부 산업발전심의회 위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부회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
정보보안 제품의 국산화를 추진, 업계의 이목을 끌어 온 인터넷시큐리티를 이끌고 있는 사령탑도 여성인 강형자 사장이다.
BASF코리아, 코리아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외국계 업체에서 이력을 쌓은 강사장은 현재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 추진기획위원, 정보보호컨설팅 포럼 제도분과위원장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대 신세대 여성 CEO도 눈에 띈다. 임신 및 육아 포털 사이트 베베타운 박신영 사장(74년생), 사이버 우체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월드포스팅 권은정 사장(74년생), 온라인 카드 서비스 업체인 인터카드넷 김경진 사장(77년생), 게임을 개발하고 각종 웹 솔루션을 제공하는 웹포러스 김세은 사장(74년생), 인터넷 무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셔틀트레이드 김현수 사장(74년생), 무선 게임 개발 업체 컴투스 박지영 사장(74년 생) 등등.
이들은 최근 `크리스탈'이라는 작은 모임을 마련했다. `여성, 20대, CEO'라는 쉽지 않은 조건이 붙은 이 모임은 매월 정기적으로 만나 휴먼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신규 아이템에 대한 컨소시엄 구성이나 타 모임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20대 여성 벤처 CEO의 위상을 확실히 다질 계획이다.
박신영 사장은 “국내 벤처가 무너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차근차근 정도를 밟아 진짜 벤처다운 벤처를 보여줄 것”이라며 야무진 포부를 밝힌다.
김경진 인터카드넷 사장은 “처음에는 친목모임 정도로 모였지만 같은 입장, 같은 세대라는 동질감에서 오는 편안함을 바탕으로 끈끈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인터넷 벤처 업계는 수익성 논란과 함께 한껏 위축됐다. 이 속에서도 사이버 여성 CEO들은 당당히 실력으로 이겨보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입력시간 2000/10/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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