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항목중 부담이 컸던 상급병실료·선택진료비·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급여전환으로 전환될 예정이지만, 병원 등이 수익을 위해 비급여 의료행위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일이 손을 못 쓰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건강보험공단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측이 전액 부담한 비급여 진료비는 11조여원으로 2010년 8조원과 비교하면 자그마치 36% 급증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건보가 적용되는 급여 항목 진료비 증가율 25%의 1.5배에 달한다.
비급여 진료비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는 것은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비를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진료내역·가격 등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건강보험당국에 제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당국에서 만든 기준에 맞게 진료했는지 심사한 뒤 정해진 수가(가격)에 지급하는 급여 항목과는 영 딴판이다. 실제 정부는 일부 의료기관의 동의를 얻어 비급여 진료비 총액 정도만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환자들이 참고하라고 공개해 놓은 비급여 진료비 항목은 치과 임플란트료, 위·대장 수면내시경검사료 등 32개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병원들의 비급여 항목은 당국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정부의 관리감독 손길이 잘 미치지 않다 보니 병원이 건보가입자와 짜고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닌 코·쌍꺼풀 등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 보톡스 주사, 마사지 등을 한 뒤 질병·상해·통증치료를 해준 것처럼 조작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맨손으로 자세·체형교정이나 통증완화를 돕는 도수(徒手)치료의 경우 산업재해·자동차보험에서는 회당 1만6,520원으로 수가가 정해져 있지만 건보 적용자와 실손보험 가입자에겐 비급여 항목이라는 이유로 수 십 배까지 덤터기를 씌우기 일쑤다.
실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의 건보 비급여 진료비로 지급된 보험금은 2010년 800억원에서 지난 해 1조4,683억원으로 1,740%나 수직 상승했다. 비급여 진료비에서 실손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1% 남짓에서 4년 만에 13%로 증가했다. 지난해 실손보험금 2조2,349억원 중 65.7%가 비급여에 사용됐다. 건보 총 진료비 가운데 비급여 비중(17~18%)의 3.6배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복지부가 비급여 관리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제시하고 건강보험법령과 고시 등을 고쳐 비급여 진료·원가정보를 수집하고 심사기준·표준가격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