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국영화에 외자 '밀물'

외국과의 간접투자 형식으로 제작에 들어갔거나 준비중에 있는 제작사는 「인정사정볼 것 없다」의 태원엔터테인먼트와 「간첩 리철진」의 씨네월드, 「링」의 한맥영화사 등이다.태원엔터테인먼트는 만화가 김혜린의 무협 순정만화 「비천무(飛天舞)」(김영준감독)를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를 최근 한·중 공동투자 형태로 중국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시네마서비스가 제작비 27억원을 대고 중국의 국영영화제작소 상하이제편창이 촬영장을 대여해줌으로써 5억원 가량을 선물투자한다. 중국측이 대여해준 촬영장소는 중국 무협 멜로물 「진용」, 「풍월」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절강성 횡점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세트장이다. 청명상하도 세트장은 강과 절벽이 어우러진 풍광이 절경으로 이러한 풍경을 담은 그림명을 따라 지명이 유래됐다는 재미있는 사연을 갖고 있다. 영화 「비천무」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들을 사랑하는 여인 등 강호의 운명적인 사랑과 우정을 소재로 한 전형적인 무협 멜로의 줄거리를 취하고 있다. 원작 만화의 얼개를 그대로 차용하지만 세부적인 전개에서는 변화를 주었다.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섬타임 섬웨어」 등 무협적인 액션이 가미된 일련의 단편작품들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김영준 감독을 보통 한국영화의 두배 정도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작의 연출자로 과감하게 기용했다. 영화는 내년 5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개봉될 예정이다. 씨네월드는 최근 「아나키스트」(유영식 감독) 제작발표회를 갖고 상하이필름스튜디오 촬영장과 단역배우 및 엑스트라, 의상, 미술, 소품을 제공하는 등 중국과 공동투자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상하이필름스튜디오 측은 첸 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와 「풍월」제작에 참여했던 A급 제작 스탭을 제공한다. 씨네월드는 『북경전용공사(우리의 영화진흥공사)를 통해 공식 경로로 촬영허가를 받아내기는 처음』이라며, 『현재 스튜디오 공정률 90%에서 촬영을 하기는 우리영화가 최초』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상하이 인근 70만평에 조성되고 있는 상하이필름스튜디오 내의 오픈세트에는 「아나키스트」의 무대인 1920년대 상하이 중심가 남경대로를 비롯해 홍등가, 아파트촌, 백화점 등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무정부주의자」라는 뜻의 「아나키스트」는 192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조선인 항일테러리스트들의 활약과 삶을 그리는 액션물이다. 장동건, 김상중, 정준호, 예지원, 이범수, 김인권 등이 출연한다. 총제작비 20억원은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제공한다. 씨네월드는 22일 크랭크인해서 2개월간의 촬영 뒤 내년 5월 개봉한다. 한국과 중국은 그동안 「언픽스」, 「신 상해탄」과 같은 작품을 통해 합작영화를 만든 적은 있지만 중국이 사전투자 형태로 한국의 기획작에 참여하기는 처음이다. 또 현재 씨네월드가 기획중인 「아나키스트」도 이같은 형태의 한·중 공동투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한편 한맥영화사는 일본의 영화 후반작업 전문업체인 이메지카의 제작지원을 통해 SF 로맨스물「천사몽」을 내년 개봉한다. 이메지카는 이 영화의 핵심부분인 컴퓨터 그래픽 처리를 위한 필름 스캐닝과 레코딩 작업 및 인력, 2억원정도의 가치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한국영화계는 일본의 선진 후반작업 노하우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 「천사몽」은 타임머신을 등장시켜 뒤틀린 시간 및 공간에서 전생의 못다한 사랑을 추구하는 연인들의 애절한 사연을 그린 작품으로 12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총제작비 25억원으로 인터넷 방송업체 (주)재미구조에서 15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인터넷을 통한 일반 투자를 유치한다. 박연우기자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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