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관계 가로막는 문제는 역사관

■ 한일수교 50주년
위안부·강제징용·독도 등 日 우익화따라 갈등 심화

한일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최대 장벽은 '역사관'으로 꼽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외교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3대 주요 과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전 △조선인 강제노동 시설이 포함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문제 △8월의 종전 70주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담화를 제시했다. 이 3개의 과제는 모두 일본의 역사관에 그 해법이 달려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정부가 공을 들여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최근 양국 간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지만 남은 과제도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될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여부다. 윤 장관은 15일 미국 뉴욕에서 말레이시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는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알리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시설에는 우리 국민의 강제노동이 있었던 만큼 이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일관계에서 역사관과 연결된 또 다른 문제는 독도와 일본 역사교과서로 꼽힌다. 지난 4월에는 일본 정부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를 계기로 독도에 대해 '일본 고유의 영토' 또는 '한국이 불법 점거했다'는 표현이 일본 교과서에 실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국 관계의 악재로 작용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일본 교과서에 대한 역사 왜곡이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의 우익성향 역사관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 독도 영유권 문제 역시 일본 사회 우경화 흐름과 맞물려 일본 정부 차원에서 갈수록 강하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의 한일관계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역사문제는 원칙에 입각한 해결을 촉구하고 안보·경제 등 상호 호혜적 분야의 교류, 협력은 지속한다"로 정리된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않을수록 역사관 관련 문제들의 해결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 정서상 이러한 문제 해결의 진전 없이 양국 관계 개선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은 우리 정부가 처한 딜레마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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