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 전자업체 소니가 탄생 30년을 맞은 워크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979년 세상에 처음 선보였던 워크맨은 실내를 벗어나 거리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하며 획기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각종 기념일에서 자녀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순위는 늘 워크맨이었다.
'소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유명한 광고 카피가 위세를 떨치던 무렵 'it's sony'의 자부심 앞에서 국내 가전 기업의 위상은 초라했다. 외국의 유명 백화점에서 국내산 전자 제품을 보기도 쉽지 않았지만 있다 해도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쓴 채 있기 일쑤였다.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우리 기업의 제품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득한 옛날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불과 십여년 전인 1990년대만 해도 일본 기업을 따라 잡는 것은 난공불락처럼 요원하게 느꼈던 것이다.
반면 국내 패션산업은 한국시장을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외국 브랜드들로 이미 시장의 절반이 넘어갔다. 안방 수성조차 힘겹다 보니 국내 패션기업들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국내 패션산업의 글로벌화는 가능한 일인가에 관한 의문도 일부 제기된다.
하지만 중국에서 매년 40%가량의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이랜드의 선전은 국내 패션기업의 글로벌화의 시금석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이랜드는 중국에서 국내 패션 기업 최초로 매출 1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옷 팔아 올린 매출 1조원은 자동차ㆍ전자 분야의 10 조원에 비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기록이다.
특히 이랜드는 고가 브랜드 위주로 영업이익률에서는 이들 산업을 능가하고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 중국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문을 두드린 '17년 전의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랜드는 최근 오는 2020년까지 중국매출 10조원을 달성하고 베트남과 인도패션사업도 1조원대로 키운다는 목표도 세웠다.
'자라' 브랜드로 낯익은 인디텍스는 지난해 17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디텍스도 불과 10년 전에는 올해 이랜드 매출과 비슷한 3조원대의 패션회사에 불과했다. 우리 업계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패션 산업의 삼성전자' 같은 국내 업체를 목도하게 되는 일도 꿈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