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8시20분 대전 반석역의 공무원 출퇴근 버스정류장에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 수십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분 뒤 버스 1대가 정류장에 들어섰지만 절반 가량만 몸을 구겨넣다시피 하면서 버스에 몸을 실었을 뿐 나머지는 다음 버스를 기다리느라 아침 추위에 몸을 떨어야 했다.
정부세종청사 2단계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시작된 출근 전쟁의 한 단면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공무원은 "2단계 입주 이후 버스를 이용하는 공무원이 대폭 늘었다"며 "일부 공무원은 버스를 타지 못해 지각하거나 2만~3만원 하는 택시를 타고 간신히 출근 시간에 맞췄다"고 전했다.
새해 벽두부터 정부세종청사가 출근전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대 피해자는 세종시 이주라는 정부 시책에 맞춰 서울에서 청사 인근으로 거처를 옮긴 공무원들이다.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대전 반석동과 노은동, 조치원, 오송 KTX역 등의 출퇴근 버스 정류장은 매일 아침 버스를 애타게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공무원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이처럼 갑작스레 출퇴근 전쟁이 시작된 이유는 늘어난 공무원 수에 비해 출퇴근 버스 증차 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5일 세종청사관리소에 따르면 정부는 세종청사 출퇴근 버스(45인승)를 지난해 63대에서 올해 106대로 40대 가량 늘렸다. 2단계 입주로 세종청사 공무원이 기존 5,000여명에서 1만여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특히 출퇴근 버스 가운데 서울이나 과천 등 수도권이 아닌 대전, 조치원, 오송, 공주 등을 오가는 버스는 기존 46대에서 59대로 13대 늘어나는데 그쳤다. 청사관리소는 세종시 이주 공무원의 수를 조사해 버스를 배차했다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요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퇴근전쟁도 출근전쟁 못지 않다. 특히 예약제로 운영되는 서울행 심야버스(밤 9~10시 운행)에 탑승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출퇴근 버스 증차에도 불구하고 심야버스 운영 대수는 지난해와 같은 8대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심야버스는 오전에 예약이 대부분 마감된다"며 "예상치 못하게 야근을 한 경우 심야버스를 이용하지 못해 1만7,000원을 들여 KTX를 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예산 부족으로 버스 추가 증차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청사관리소는 지난해 84억원이었던 출퇴근 버스 예산을 올해 130억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예산은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심사를 거치면서 99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이 정도 예산으로는 증차는커녕 버스 운영비도 감당하기 벅차다"며 "연말에는 예비비까지 끌어다 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