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전력난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직장인 패션은 '쿨비즈(COOL BIZ)'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시원하다는 의미의 '쿨'과 업무를 뜻하는 '비즈니스'를 합성한 이 단어는 무더운 여름철 격식을 차린 정장이 아니라 넥타이를 풀고 반팔 셔츠와 시원한 소재의 바지를 착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단어는 지난 2005년 일본 환경성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자는 목적에서 국민운동을 벌이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해 일본 유행어 대상에 오를 정도로 상당한 반향을 이끌어낸 쿨비즈는 이후 여름이 오면 으레 언급되는 계절적 용어로 굳어졌다. 당시 장기불황의 터널에 갇혀 있던 일본은 쿨비즈의 영향으로 총 6,000억엔(약 7조원)의 내수진작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에너지도 절약하고 산업계도 살아나는 1석2조의 정책이었던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몇년 전부터 당장 시급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ㆍ기업ㆍ학교에 이르기까지 쿨비즈가 여름나기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실내온도를 일정 수준 이상 낮출 수 없다면 넥타이나 재킷을 입지 않음으로써 체감온도를 2도가량 낮춰 일의 능률을 높이겠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무더위가 더 빨리 찾아오면서 이미 지난달부터 쿨비즈 행렬이 시작됐다. 지난 5월 하순 증권업계를 시작으로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ㆍKTㆍ아시아나ㆍ기업은행ㆍ효성ㆍKT&G 등 굵직한 기업들이 잇달아 여름철 복장 간소화를 임직원들에게 권했다. 일부 기업은 기존의 반팔ㆍ노타이 복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반바지와 샌들도 착용할 수 있는 '슈퍼쿨비즈'까지 권장하는 분위기다. 통영시 충무중학교는 여름교복으로 무릎 부위에서 자른 5부 바지를 허용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쿨비즈가 생활 속에 깊이 자리잡는 분위기에 발맞춰 에너지 절약형 상품인 '휘들옷(Whidrott)'을 선보였다. 국내 주요 패션기업과 관련기관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나무 소재나 한지와 폴리를 혼방한 원단을 이용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활용도를 높인 에너지 절약형 의류가 탄생했다. 남성복 업계에서는 무더위에 부득이하게 재킷을 입어야 할 경우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느낌을 주는 특수 냉감 소재를 개발하는 등 쿨비즈의 진화가 거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