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가 오는 16일에 만료하는 외환은행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의 연장을 둘러싸고 막판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이번 협상의 관건은 론스타 측이 제기한 외환은행 가격 인상 요구를 국민은행이 어떻게 저지할 것인지 여부로 보인다. 론스타 측은 매각계약 재연장을 조건으로 가격인상 등을 요구하고 국민은행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익명을 요구한 미국계 한 변호사는 “론스타가 대외적으로 얘기하는 것과 국민은행과 협상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고 전제한 뒤 “론스타가 (재연장을 위한) 명분을 쌓고 대외에 과시하기 위해 가격인상 등을 포함한 재협상 요구안을 국민은행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론스타 측이 잘못이 없는데도 외국인 투자가에 대한 차별대우 분위기로 피해를 보고 있고, 외환은행의 가치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몇 개월을 더 연장하려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며 “계약만기(drop date) 이후 재협상을 할 때는 얼어 있던 가격이 풀리므로 (대외적인) 명분도 쌓고 (협상)게임을 위한 무기도 마련하기 위해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론스타가 (국민은행과의 계약을 포기하고) 나중에 비싼 가격에 팔 수도 있겠지만 바이어가 없을 경우 검찰수사를 빨리 종결해야 할 명분도 놓치게 된다”며 “론스타도 계약 자체를 깰 수 있는 입장이 아니어서 약간의 명분만 챙기고 국민은행과 정부를 압박해 매각을 조기에 마무리하는 선택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연장 시한은 회계상 편리성 등을 이유로 연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권에서 관측되고 있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도 “론스타가 매각 재연장을 위해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은행은 기존 조건으로 재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해 주말쯤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재연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협상을 통해 가격 등 큰 틀은 유지한 채 약간의 미세조정을 거쳐 연말까지 계약을 연장하는 선에서 합의를 도출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이 파기되거나 올해를 넘길 경우 국민은행ㆍ론스타ㆍ정부측 모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올해 안으로 매각을 마무리지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외환은행이 대주주인) 현대건설 매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외환은행은 내년도 순익을 8,561억원에서 1조3,482억원으로 5,000억원 높여 잡았다”며 “외환은행이 2년 후에 매각될 경우 가격이 2조원 이상 올라가고 하나은행도 외환은행 매수를 위한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3년 후에 외환은행이 지금보다 더 비싸게 팔리면 정부나 국민은행 모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계약 무산이 될 경우 가격 측면에서 론스타가 안는 위험보다 정부 쪽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기존 틀을 유지한 채 약간의 미세조정을 거쳐 연말까지 재연장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성보경 프론티어M&A 회장은 “계약만기 이후 재협상을 할 때는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어느 한쪽도 물러서기 힘든 상황에서는 현 상황을 유지한 채 매각을 빨리 끝내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론스타코리아 측은 “재협상과 관련해 아직 아무런 공식적인 입장도 들은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