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력의 모델 중부발전] <4>삼영필텍

폐윤활유 재생설비 세계서 주목
'전기흡착식 기술' 개발 불구 시장개척 난관
중부발전서 수출 적극도와 獨이어 中진출 눈앞



인간관계는 물론 기업 사이에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는 현재의 불확실성에 굴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뛸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되곤 한다. 회사의 사활을 걸고 지난 3년 간 세계 최초 '이중진공-전기흡착' 방식의 폐윤활유 플러싱(재생) 장비 개발에 도전한 중소기업 삼영필텍(사장 구경회ㆍ사진)에도 이 같은 공식은 그대로 적용됐다. 미국ㆍ독일ㆍ스웨덴 등 외국 장비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독식한 오일 플러싱 장비 시장에서 삼영필텍은 지난 2005년 기존 제품보다 폐윤활유 정화능력이 두 배 이상 뛰어난 플러싱 장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신기술에 대한 시장 검증.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세계적 기술 표준인 '필터' 방식을 깨고 거둔 '기술독립' 성과에 시장이 선뜻 지갑을 열리 만무했다. 초기 시장진입의 높은 문턱을 뛰어넘어야 했던 삼영필텍 입장에서 공신력 있는 시장 수요자의 구매 결정만큼 가장 확실한 기술 보증서도 없을 터였다. 하루하루 애타게 '테이프 커팅' 구매자를 기다리던 삼영필텍의 문을 두드린 기업은 다름 아닌 한국중부발전. 중부발전은 상품화 초기단계에서부터 삼영필텍의 기술 방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폐윤활유를 획기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주저 없이 기존 수입제품을 삼영필텍 제품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올해에만 총 7억원 어치의 구매가 완료될 예정이다. 이처럼 초기 시장진입 단계에서 중부발전이 보여준 '신뢰'는 곧 해외수출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8월 삼영필텍은 중부발전의 주선으로 독일하노버 국제 전시회를 통해 연결된 독일 슐러 컨설팅사와 향후 5년간 독일내 바이오 발전소 납품용 오일플러싱 장비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구 사장은 "이번 협약으로 자사 제품의 독일시장 판로가 확보돼 약 1,400억원의 매출신장을 이루게 됐다"며 "현재 중국에서도 이달 중 마지막 기술미팅이 예정돼 있는 등 중동ㆍ유럽ㆍ중국에서 제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부발전 역시 삼영필텍과의 인연을 '아름다운 동행'의 결실로 평가, 최근 산유국의 메카인 중동지역과 전력시장 성장 가능성이 꿈틀대고 있는 북아크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수출촉진단을 출범시켰다. 삼영필텍 제품의 해외 판로 확보에 동참, 오일달러를 끌어오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무엇보다 삼영필텍이 '이중진공-전기흡착' 방식에서 세계적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주목만 충분히 이끌어 낸다면 미래 고부가가치 장비로 상당한 수출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구 사장은 "폐윤활유 재생은 발전 부문은 물론 석유화학ㆍ철강ㆍ제지ㆍ자동차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를 찾을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며 "연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시장에서 필터방식의 확실한 대체 상품으로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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