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실험실, 창업 메카로 뜬다

'제2의 안철수·벤처신화 꿈' 교수·연구원출신 설립 벤처
작년 1,761개로 상승 반전



"안철수 KAIST 석좌교수처럼 제가 가진 기술로 회사를 차려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지난 11일 찾은 서울대 신기술창업네트워크센터. 오후 늦은 시간이지만 사무실 한편에서는 젊은이 몇 명이 모여'클라우드 스토리지' 마무리 개발작업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다. 신제품 개발을 지휘하는 이훈 엘에이치에스지 대표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박사 과정을 밟는 연구자이자 '제2의 벤처신화'를 꿈꾸는 창업가다. 이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삼성전자에 다니던 안정된 직장인이었지만 뜻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동료들과 창업에 나섰다. 이 대표가 개발하는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컴퓨터 저장장치에 담지 않고 웹 공간에 놓아두면 인터넷 사용환경에서는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오는 5월 출시되면 지난해 3억원이던 회사 매출이 2012년 3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첨단기술력으로 무장한 연구인력들이 주도하는 '실험실 창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벤처 붐 조성에 나서면서 대학이나 연구소의 실험실이 미래기술형 창업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수ㆍ연구원 출신이 설립한 벤처기업은 1,761개로 전년도의1,555개에 비해 11.6% 늘어났다. 2004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여온 '실험실 창업'이 5년 만에 상승 반전한 것이다. 이들 실험실 창업은 탄탄한 기술력이 바탕을 이룬데다 특유의 네트워크를 갖춘 경우가 많아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영세 벤처기업이나 생계형 법인과 달리 생존율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선 김영태 금오공대 교수도 창업 이후 비교적 짧은 시일에 성과도출에 성공했다. LCD기판유리용 비접촉 진공패드를 이용한 비접촉 그리퍼 기술을 가진 김 교수는 지난해 4월 캄스지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해 창업 6개월 만에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래 스타벤처를 꿈꾸는 교수와 연구원의 창업행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청이 최근 예비기술창업자 육성사업의 중점지원 분야 대상자를 선발한 결과 모집인원 409명 가운데 107명이 교수 또는 연구원으로 전체에서 두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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