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쇼크 (15회)] 비아그라의 사회·경제적 의미

비아그라(viagra)는 일시적이나마 젊음을 되찾게 해주는 '신비의 약'이다. 4년전 화이자(Pfizer)가 이 약을 처음 내놓았 때 지구촌은 말그대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파란 알약 한 두 알을 얻기 위해 '고개숙인'남성들은 줄을 섰다. 국내에 시판되기 전까지 중년을 넘은 남성들에게 비아그라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 명성과 인기가 얼마나 높았던 지 실제로 비아그라가 필요하던, 필요치 않던 한 번 맛(?)이나 보자는 충동 환자(구매자)들로 넘쳤다. 인구고령화와 함께 제2, 제3의 비아그라가 속속 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대박 제품은 그저 의약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날이 확대되는 노인인구의 수요를 발굴,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얼마든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비아그라처럼 높은 효능과 만족도를 보장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수요를 노인층뿐 아니라 중년층에서도 찾을 수 있다. ■ 인구구조의 변동이 만든 명성 비아그라는 화이자를 일약 21세기 제약업계의 선두주자로 뜨게 한 '히트 약'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약의 폭발적인 인기는 젊은 시절의 성(性)적 활력을 되찾고 싶어하는 중ㆍ장년, 노인세대의 욕구가 강하게 표출된 결과다. 비아그라는 단순한 발기부전 치료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약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도 '축 늘어진'삶을 짜릿한 기쁨으로 채워줄 수 있는 오아시스다. 비아그라의 히트는 노인인구의 급증과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기술이 만나 탄생한 합작품이다. ■ 인류 최초의 라이프스타일 약 비아그라가 이렇게까지 뜰 줄은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조차 미처 예상치 못했다. 베이비붐세대의 고령화가 낳을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아그라 개발이 한창이던 90년대초반만 해도 화이자의 주가는 98년 시세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비아그라는 화이자를 '황제주'로 만들었다. 비아그라의 성공배경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외양과 성적인 매력에 대해 여성보다 더 신경을 쓴다. 화이자는 처음 비아그라를 개발하기 시작할 때 협심증 치료제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발기부전치료제로 바꿔 판매함으로써 고령화로 인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찰떡 궁합을 일궈냈다. 고령화로 인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앞으로 화장품과 제약이 결합한 '약용화장품업'이나 '약용식품업'같은 신산업?등장도 예고하고 있다. 강호인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은 "기업들이 고령화 트렌드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인구구조가 바뀌어 예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산업이 불쑥 불쑥 얼굴을 내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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