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선 동갑내기 배상문과 서희경이 각각 대상, 상금왕, 다승왕 등 타이틀을 휩쓸었다. 호랑이띠 스타인 이들은 자신의 해를 맞아 올해도 일인자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도전자들이 만만찮다. 배상문은 동갑내기인 이승호, 장타자 김대현 등의 거센 도전을 받아야 하고, 서희경도 지난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유소연의 추격을 받는 입장이다. 타이틀 방어가 어느 해보다 치열해질 2010년 KPGA와 KLPGA 투어의 판도를 분석해봤다. 배상문이 상금왕 3연패를 일궈낼 것인가.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최대 흥미거리는 배상문의 상금왕 등극 여부다. 2008년과 2009년 연속 상금왕을 거머쥔 배상문이 올해도 상금왕에 오르면 KPGA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KPGA에서 3년 연속 상금왕은 통산 9차례 상금왕을 차지한 최상호(55ㆍ카스코) 등 누구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이다. 호랑이띠인 배상문은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던 한국오픈에서 3연패를 일궈내고 다시 한번 상금왕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배상문은 연초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범띠해인지 몰라도 왠지 기분이 좋다. 한국오픈에서 3연패를 이루고 미국프로골프투어 진출을 준비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라고 말했다. 배상문이 올해도 한국오픈에서 우승하면 한장상(1964~1967년, 1970~1972년) 이후 두 번째로 한국오픈 3연패를 일궈낸 선수가 된다. 배상문과 상금왕을 두고 경쟁할 선수는 이승호, 김대현, 김대섭, 박상현 등이 손꼽힌다. 배상문과동갑내기인 이승호는 지난해 2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바 있다. 올해는 외국인 코치를 영입해 체계적인 훈련을 하며 샷 자세를 가다듬었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충분히 상금왕에 오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타자' 김대현은 지난해 첫 승을 거두며 자신감을 얻어 올해 크게 주목 받고 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300야드를 넘는 김대현은 그 동안 우승 기회에서 번번이 무너지며 '정신력이 약하다'는평가를 받았으나 지난해 우승으로 확실히 성장했다. 승부 근성을 키운 만큼 지난해처럼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상금랭킹 2위에 오른 김대섭의 각오도 뜨겁다. 김대섭은 올 시즌 정상에 오르기 위해 군입대마저 미루고 시즌 준비에 몰두했다. 평균퍼팅수가 1.73으로 KPGA투어 선수 가운데 1위인 그는 올 시즌에도 정교한 퍼팅 실력을 앞세워 상금왕에 도전한다. 지난해 2승을 거두며 스타로 떠오른 박상현도 상승세를 몰아 올 시즌 상금왕까지 노린다. 박상현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스윙 매커니즘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올해 활약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KPGA 상금왕 윤곽은 의외로 쉽게 드러날 수도 있다. 올해부터 코리안투어 공식상금으로 인정받는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상금왕을 향한 5부 능선을 넘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유럽ㆍ아시아ㆍ한국 프로골프투어가 공동주관하는 이 대회의 상금은 5억4,0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상금왕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진 메이저대회 한국오픈의 우승상금 3억원의 1.8배에 달하고, 배상문의 지난해 총상금 5억6,000만원에 맞먹는 큰 규모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우 웬만한 KPGA투어 5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과 비슷한 상금을 거머쥐게 돼 시즌 중반에 상금왕을 확정짓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