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산업 디자인전/“디자인이 경쟁력이다”

◎불황 심화되면 디자인투자부터 줄이기/올 우수산업디자인전 출품작 30% 감소/기술력에 디자인 가미땐 부가가치 3배/정부·기업의 혁명적 개발 노력 절실/상품구매력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사회간접자본 경영의 핵심요소/다품종 소량생산체제서 중요성 높아만 가는데 디자인개발력/선진국의 50∼80% 수준/아직도 만연한 모방풍조「보이지 않는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 산업디자인의 역할을 도로 항만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에 빚대 표현한 말이다.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고는 공장도, 사회도 제대로 굴러 갈 수 없는 것처럼 디자인개발 없이는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디자인업계는 『외국에서는 기업의 프로젝트 시장조사부터 기획 생산 마케팅까지 디자이너의 손이 안가는 곳이 없으며 이런 측면에서 디자인개발은 경영의 핵심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디자인을 아름다움으로만 생각하는 디맹(디자인문맹)들에게 디자인은 아름다움 이상의 + α가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시장조사) 아름다움과 편리한 기능(기술개발)을 추구(판매증대 및 기업이미지제고)하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기업에서는 아직까지 디자인하면 외국제품을 모방하려는 풍조가 만연돼 있다. 좀 나은 경우라도 좋은 디자인을 상품화하기 위한 예술 기술 마케팅의 3박자를 고루 갖춘 곳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디자인을 기업경쟁력 확보의 주요 요소로 강조하는 선진국이나 경쟁국들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이를 반영하듯 97우수산업디자인(Good Design)전에도 출품업체수와 출품작이 각각 작년보다 19.2%와 29.9% 감소한 2백8개, 4백22점에 그쳤다. 올들어 불황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더욱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디자인 투자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선진국시장에서 국산품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디자인개발 부진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체 디자인력이 취약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방식에 의존한 결과 싼 가격을 무기로 달려 드는 중국과 동남아산에 시장을 뺏기고 있어요. 디자인개발을 통한 고유브랜드 개발이 절실합니다.』 무역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디자인채택경로를 조사한 결과 바이어 지정(49%)과 모방(15%)이 자체및 용역개발(32%)보다 훨씬 많은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통산부 이일규 산업디자인과장은 『선진국의 50∼80%에 불과한 디자인개발력을 1백%로 끌어 올릴 경우 섬유 생활용품 자동차 가전제품등 디자인관련상품의 수출증대효과가 1백2.7%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디자인관련상품 수출액이 지난해 5백51억달러로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5백66억달러에 달한다는 것. 물론 상품의 경쟁력은 디자인력에다 기획력과 기술력이 결합될 때 시너지효과가 발휘된다. 중소신발업체에 디자인을 지도하는 영국의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라이언씨는 『기술력에 디자인이 가미되면 부가가치가 3배이상 발생한다』고 말한다. 특히 소량다품종 생산체제가 일반화되고 소비자의 욕구가 까다로워지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구매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기업들은 벤츠나 소니처럼 통일된 디자인이미지 구축을 통해 브랜드력을 제고해야 한다. 디자인 선진국인 이탈리아나 영국 미국 일본 등을 제외하고라도 경쟁국인 대만이나 홍콩도 디자인개발을 국가경쟁력 강화의 핵심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디자인 현주소는 아직 경쟁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산업디자인이 엔지닌어링 마케팅 예술이 복합된 분야라는 인식이 미흡하고 디자이너 양성교육과정이 이론중심교육과 구호뿐인 산학연계, 컴맹교수 등으로 엉성하다. 또 기업은 물론이고 산업디자인전문회사의 저변도 취약하며 정부의 산업디자인지원프로그램도 썩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정부와 기업 디자인관련업계의 혁명적인 디자인개발 노력이 요구된다.<고광본 기자> ◎대통령상­현대자 티뷰론/‘면과 선의 유기적 만남’ 역동성 살려 『요즘처럼 불황일수록 산업디자인에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야죠.』 영예의 ’97우수산업디자인(GD)전 대통령상 수상작인 「티뷰론」을 디자인한 최출헌 현대자동차 디자인연구소 4팀장(39)은 디자인개발로 불황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업계도 불황의 골이 깊은데 일단 보기 좋고 타기 편하게 만들었더니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시판한지 1년만에 스포츠카의 원조인 이탈리아에서 현지 스포츠카(쿠페­Coupe)보다 더 인기를 끄는등 지난달 국내판매량의 10배나 수출했어요.』 최팀장은 『티뷰론은 면과 선을 유기체적으로 처리, 정적인 순간에도 역동적인 느낌과 야성미및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앞유리를 앞으로 나오게 해 공기저항(소음과 진동)을 줄였고 운전자를 감싸는 듯한 시트로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이 적으며 실내공간과 시계를 확대, 운전자의 편리성과 안전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외국 스포츠카에 비해 가격 성능 안전 편의장치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 최팀장은 『1년간의 디자인개발과정중 디자이너는 기본골격을 갖고 살을 붙이는 역할을 하므로 엔지니어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라며 『중소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기술이 제대로 따라 주지 않을때 디자인에 애로가 많았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흔히 자동차디자인은 외제를 베끼는 것으로 오해합니다만 국내 자동차디자인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자부합니다. 현대자동차 디자인연구소는 1백여명의 디자이너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들은 훌륭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고 디자인에 임하고 있거든요.』 최팀장은 홍익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지난 84년 현대자동차 디자인실에 입사한 이후 「티뷰론」 「뉴포터」 「마이티」 디자인을 주도하고 현재 쏘나타 및 액센트후속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광본 기자> ◎국무총리상­대우자 레간자/‘한국적 선의 미학’ 적극 응용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점을 중점 부각시켰다.』 이우종 이사(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중형2담당)는 레간자의 디자인 컨셉을 이같이 설명했다. 우리의 문화유산에 내재해 있는 선의 미학을 디자인에 적극 응용했다는 것이다. 『레간자의 뒷문 등 전체스타일은 한복의 선, 용마루선, 처마선 등의 곡선을 연상시킨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중형차에서는 보기 드믄 역동성이 레간자 디자인의 특징. 이이사는 이같은 디자인으로 레간자는 소중한 개인공간을 보호받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만족시켜준다며 스타일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이 차의 개발에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그는 『디자인을 함께 추진한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인 이탈리아 쥬지아로팀과 우리의 전통문화와 선의 미학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레간자는 또 실내디자인에서도 가전제품 스타일에 맞춘 버튼타입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쾌적한 공기와 감미로운 음악을 위한 개인공간 등 중형차에 새로운 공간개념을 적용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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