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문맹 없애자] 4. 낙인 찍혀도 포기는 금물

신용불량 탈출 '비상구' 열렸다개인사업을 하다 지난해 6월 부도를 낸 신모씨(41). 그는 지난 1년 동안 사업을 정리하고 살고 있던 집을 팔아 사채를 갚는 등 변제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3개 은행과 2개 상호저축은행 등 총 5개 금융기관에 진 빚 1억5,000만원은 여전히 그의 삶에 커다란 걸림돌로 남아 있다. 매달 돌아오는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신씨는 "한때 개인 파산 신청도 고려해 봤지만 기회가 닿으면 언제라도 재기하고 싶어 참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평소 알고 지내던 업체에 일자리를 구한 신씨는 연체이자를 조금씩 갚아 가고 있지만 연체대금은 채 못 갚고 있는 상황이다. 신씨처럼 연체대금을 상환할 의지와 능력을 지녔으나 과도한 채무로 신용불량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법정관리나 화의, 워크아웃 등의 제도가 일시적인 경영위기에 빠진 기업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듯 개인에게도 회생의 기회를 주는 '개인워크아웃'이 이르면 9월부터 실시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카드사, 할부금융사, 보험사, 상호저축은행, 농수협중앙회 등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개인에게 심사를 거쳐 전체 빚의 3분의 1까지 빚을 탕감해줄 방침이다.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채무조정안을 만들어 신용불량자의 상환을 독려하고 분할상환 기간도 최고 5년까지로 연장된다. 신씨 같은 신용불량자들은 우선 다음달 설치될 예정인 개인워크아웃 전담 사무국에 자신의 자산ㆍ부채현황과 채무상환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자격은 2개 이상 금융기관에 3억원 미만의 빚이 있는 사람이며 금융회사 한 곳에 진 빚이 전체 빚의 70%를 넘어서는 사람은 제외된다. 또 상호부조 성격이 강한 새마을금고와 농수협 단위조합, 신용협동조합에 진 빚은 개인워크아웃 대상이 아니다. 이렇게 신청서가 접수되면 사무국은 신청자에 대한 면접 상담과 서류심사 작업을 거쳐 기초 조건이 적격자라고 판정되면 심의위원회로 사안을 넘기게 된다. 5인 이상의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심의위원회에서 채무자가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빚을 상환할 수 있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따지게 된다. 심의위원회에서 적격자라고 판정 받으면 변제계획이 확정돼 전체 빚의 3분의 1 이내에서 최고 1억원까지 채무를 감면 받을 수 있다. 또 최고 5년까지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분할상환, 금리 인하 등의 변제계획안이 확정된다. 변제계획안은 무담보채권은 과반수, 담보채권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확정된다. 기업들의 워크아웃 실시 여부는 채권단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시행되지만 개인의 경우 다소 조건이 완화된 셈이다. 약속대로 빚을 제대로 갚는지에 대한 관리, 감독은 심의위원회가 맡게 된다. 금감원은 개인워크아웃의 혜택을 받으려면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을 안정적이고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 휴업ㆍ부도로 인한 일시적 급여 미수령자 ▲ 불규칙적 급여 수령자 ▲ 질병, 사고, 재해 등으로 인한 일시적 유동성 부족자 등의 적격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 이미 신용회복지원을 받았거나 ▲ 최근 1년 이내에 신용회복지원 신청을 한 사람 ▲ 금융회사와 개별적으로 맺은 채무조정조건을 이행하지 못했거나 ▲ 사채가 총채무액의 30% 이상인 사람 ▲ 신용불량 등록직전에 과다하게 돈을 빌렸거나 ▲ 재산도피ㆍ은닉자, 도박, 투기 등으로 인한 과다 부채자는 적격대상에서 제외된다. 개인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특별한 사정 없이 3개월 이상 변제액을 입금하지 않은 경우 신용회복지원의 효력은 상실된다. 또 허위서류 제출, 재산도피 등이 적발된 경우 신용회복지원의 효력상실은 물론 금융질서 문란자에 버금가는 엄중한 제재를 받게 된다. 한편 신용회복지원이 승인되면 신용불량자에서 제외되지만 은행연합회는 지원절차를 이행중이라는 정보를 등록, 관리하게 된다. 따라서 지원절차를 완전히 끝내기 전에 신규대출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채무자가 변제계획 이행을 완료하지 못하거나 지원효력이 상실되면 원래의 채무액으로 환원된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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