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 2년] 자동차 부품 등 수출·투자 유치 증가… 농산물값 인하효과는 기대이하

수출 5.4%·투자 82.5% 늘어
농산물 관세혜택 유통업자 집중
소비자에 제대로 연결 안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2주년을 앞둔 14일 서울 용산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매장 내에 가득 쌓여 있는 미국산 오렌지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마트


사회적 논란 끝에 타결된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로 발효 2주년을 맞는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 우리 수출시장이 선방한 데는 FTA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쟁국에 비해 대미 수출이 증가했고 특히 FTA 수혜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뚜렷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FTA 효과가 부풀려졌고 막상 우리 소비자들이 FTA에 따른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상존한다.

당장 전방위적인 FTA 체결로 수입 농산물 비중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FTA 상대국에서 수입되는 일부 농산물의 경우 관세 인하 혜택이 수출국 및 유통업자에게 집중되면서 기대만큼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다른 FTA 상대국인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최근 2년 연속 감소세다.

14일 정부는 '한미 FTA 발효 2주년 성과분석 자료'를 통해 지난 2년간 대미 수출 증가율이 평균보다 크게 높았으며 미국으로부터의 투자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대미 수출은 발효 1년차(2012년 3월15일~2013년 3월14일)에 1.6%, 발효 2년차(2013년 3월15일~2014년 3월14일)에는 5.4%가 증가했다. 발효 1년차에 우리 전체 수출이 -2.0%로 오히려 감소하고 발효 2년차에도 2.6%만 증가한 것에 비춰보면 대미 수출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분명하다. FTA 혜택품목의 경우 발효 1년차에는 10.9% 증가해 수출 증가세를 확실히 이끌었지만 2년차 증가율은 4.9%로 비혜택품목(5.7%)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비혜택 품목인 휴대폰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밝혔다. 혜택품목 가운데 수출 증가세가 뚜렷한 품목은 자동차 부품, 석유제품 등이며 농식품 수출 역시 담배류·음료·고추장 등의 수출이 지속 증가했다.

미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도 늘어났다. FTA 발효 이후 2년간 외국인직접투자(미국)는 발효 전 2년에 비해 82.5%가 늘었다. 우리 기업의 한미 FTA 수출 활용률이 75.7%로 전년(70.2%)보다 상당히 늘어난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반면 수입 농산물이나 식품의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FTA 효과가 소비자의 후생으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칠레·미국·EU 등의 전체 FTA를 통틀어봐도 마찬가지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 칠레 FTA 발효 이후 칠레산 와인에 대한 관세가 2009년 철폐되고 관세에 연동돼 부과되는 내국세까지 대폭 감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은 소폭 하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미 FTA로 수입물량이 크게 늘어난 오렌지 역시 소비자가격은 되레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당 미국산 오렌지 소비자가격은 3,795원에서 발효 이후 5,071원으로 늘어났다. 연구원의 이 통계는 발효 직후인 2012년 3~8월까지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관세가 절반(50%→25%)이나 줄어든 것에 비춰보면 발효 2주년에 다다른 지금도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수출국의 수출업체가 FTA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를 염두에 두고 미리 수출 가격을 올렸거나 국내 유통업자들이 대폭 중간마진을 높였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미국 경기가 회복되는 만큼 FTA의 수출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지만 국내 소비자의 후생을 높이는 데 정부가 보다 공을 들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수입유통업체 및 대형마트의 수입 및 판매 물량 조절과 초과 이윤 취득을 통한 가격 결정 등 독과점적 폐해가 심한 부문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통한 지속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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